[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한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출국한 가운데, 최근 동북아정세와 관련해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이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평가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우리 측 기자단은 공식초청 받지 못했다.
북측이 계속해서 기자단 명단 수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북한은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언론에 취재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놓고도 우리 측 기자단 명단만 접수하지 않고 있는 상태가 심상찮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앞서 지난 17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남조선이 필요한 수습대책을 세울 대신 터무니없는 '유감'과 '촉구' 따위나 운운하면서 상식 이하로 놀아대고 있다"며 "변명과 구실로 범벅된 각종 명목의 통지문들을 뻔질나게 들여 보내고 있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완전한 북핵 폐기가 실현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미국과 한짝이 됐다"며 "이 모든 행태가 청와대나 통일부, 국정원과 국방부와 같은 남조선 당국의 직접적인 관여와 묵인비호하에 조작되고 실행된 것이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지난 17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도 문 대통령에게는 커다란 부담일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홍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완료 후 보상 및 체제보장 조치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 거론 불가 △북한 인권문제 강력 제기 및 북한에 대한 경제 개혁·개방 요구 △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 용어 사용 주장 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미국 정치권의 강경파들의 주장인 PVID(영구적 비핵화)를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철해주기를 촉구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NYT는 2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북미회담에서 정치적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미국이 왜 이런 위험 부담을 계속 떠안고 가야 하는지에 대해 참모들에게 물었다고 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달해 온 내용과 북한 측의 반응이 왜 상충하는지 의문을 가진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 능력이라든지, 플루토늄 재처리, 핵무기 생산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세세한 브리핑을 듣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전언도 나왔다.
즉, 남북 양측으로부터 미국으로 흘러 들어오는 상이한 정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이 어떤 양상을 띄게될 지도 미지수라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개최될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간의) 중재자 역할'의 입지는 극히 좁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 나온다.
최근,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변화로 인해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일단 일차적으로 금이 갔기 때문에 양자는 각자 준비한 로드맵대로 움직일 것이고, 그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의 가능성이 적잖게 전망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