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대법원이 비트코인을 ‘유·무형의 재산’으로 판시함에 따라 가상화폐에 대한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향후 관련 입법이나 과세, 관련 규제 등을 도입하는 데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주심 민유숙 대법관)은 30일 음란물유포 등 판결(2018도3619)에서 비트코인도 몰수가 가능하다고 판시함으로써 비트코인을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으로 인정했다.
그간 범죄수익 몰수의 대상은 ‘현금, 예금, 주식, 그 밖의 재산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인데 비트코인도 여기에 포함될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이번 상고심 판결에서도 1심과 2심의 판결이 엇갈린 바 있어 그 결과에 주목이 쏠렸었다.
피고인 안씨는 지난 2013년부터 음란물 사이트 'AVsnoop.club'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122만여명의 회원을 모집하고, 음란동영상을 유포하는 등 이용료로 19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3억4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비트코인은 현금과는 달리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로 돼 있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몰수 구형을 기각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 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을 의미한다"며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 파일 형태로 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즉 비트코인을 재산의 형태로 인정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2심의 논지를 인정했다.
특히 이번 대법원 판결이 주목받는 점은 가상화폐도 재산적 가치를 띤 다른 재화처럼 거래 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렸다는 점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법원이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것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상화폐 관계자는 "이미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거래하는 비트코인을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거래를 해왔던 것"이라며 "이같은 판례는 암호화폐가 금융자산이라고 보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반면 정부는 확대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가상통화가 범죄수익에 따른 몰수의 대상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에 불과하다"며 "가상통화 자체의 일반적인 법적 성격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재판부가 개별 사건에 대한 처리여부를 결정했을 뿐이고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성격과는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가상통화를 '거래상대방으로 하여금 교환의 매개 또는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으로서 전자적 방법으로 이전 가능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로 정의하고 있고, 재산으로 볼 것인가 여부에 대해선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단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