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대 8만40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릴 경우 최대 14만명 이상의 고용이 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나 헝가리의 관련 기존 연구결과를 활용해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를 추정한 결과, 하한은 약 3만6000명, 상한은 약 8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국책 연구기관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가능성을 공식 제기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연구책임자인 최경수 KDI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임금근로자수 2000만명에 미국과 헝가리 사례에서 추출한 고용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탄력성을 각각 곱하고, 지난해 대비 올해 임금중간값 대비 최저임금 비율 상승폭 12%(2017년 0.49→2018년 0.55)를 곱한 결과 이런 결과를 얻었다.
헝가리는 2000∼2004년 최저임금을 실질기준 60% 인상했다. 이로 인해 임금근로자 고용이 약 2% 감소했다. 최저임금을 10% 인상해 고용이 0.35% 감소한 셈이다. 미국의 경우 1977년부터 4년간 연구한 결과 최저임금 10% 인상은 10대(16∼19세)의 고용을 1.5%, 20∼24세 고용은 이보다 작은 정도로 감소시키고 성인고용에 대한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10% 인상하면 고용은 0.15% 감소한다는 것이다.
KDI는 다만 올 들어 4월까지 인구 증가 둔화 효과를 감안한 전년 대비 임금근로자 증가 감소폭은 7만명에 불과하며, 이 중 제조업 구조조정 효과를 제외한 나머지가 최저임금 영향으로 줄어든 규모가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도입한 3조원에 달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의 효과가 미쳤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15∼24세, 50대 여성, 고령 고용감소폭 5만8000명 중 일부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 연구위원은 “4월까지 고용동향을 봤을 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감소 효과는 없거나 아주 작다”며 “구체적으로는 2018년도 통계조사가 이뤄진 이후에야 결과를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내년과 내후년에도 약 15%씩 오른다면 고용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120% 미만의 임금근로자 비중은 2017년 9%, 2018년 17%, 2019년 19%, 2020년 28%로 올라간다. 최저임금이 빠르게 인상되면 임금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 주변에 밀집하게 된다. 최저임금 밀집률이 높아지면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같이 커진다. 보고서는 최저임금에 따른 고용 탄력성이 2018년 -0.35에서 2019년 -0.04, 2020년 -0.06으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고용 감소 규모는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으로 전망됐다. 이는 2019~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2020년에 최저임금 1만10원에 도달하는 15.3%로 가정한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이 없는 상황을 전제로 했다.
최 연구위원은 “내년과 내후년에도 대폭 인상되면 고용감소 폭이 커지고 임금 질서가 교란돼 득보다 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15% 인상되면 상대적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프랑스 수준에 도달하는 만큼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최저임금이 계속 인상되면 서비스업 저임금 단순노동 일자리가 줄어들어 단순기능 근로자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하위 30%의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아 경력에 따른 임금 상승이 사라지면서 근로자의 지위상승 욕구도 약화되며 정부지원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는 등 노동시장의 임금 질서가 교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