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 입찰에서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이 40%의 비중을 차지하는 입찰금액을 가장 높은 액수로 제시하고도 떨어져 논란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롯데가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최하점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롯데 측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입장이다. 입찰이 진행될 때마다 매번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는 면세특허권 심사에서 이번에도 롯데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1여객터미널 일부 및 탑승동 면세사업권 사업자 선정을 위한 평가 및 가격 개찰을 완료하고 2개의 복수 사업자 선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DF1과 DF5 사업권을 두고 호텔롯데, 신세계DF, 호텔신라, 두산 총 4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입찰 1차 관문에서 2개 사업권 모두 신세계와 신라가 복수 사업자로 선정됐다.
선정 결과는 각 사의 입찰금액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롯데는 이번 입찰에서 DF1과 DF5 사업권에 대해 각각 2805억원과 688억원을 제시했다. 이어 신세계가 2762억원과 608억원, 신라가 2202억원과 496억원, 두산이 1925억원과 530억원을 써냈다. 롯데의 입찰가는 참여 업체 중 가장 높은 금액으로, 사업자로 선정된 신세계보다 DF1 43억원, DF5 80억원, 신라보다 DF1 603억원, DF5 192억원 많다.
100점 만점인 이번 평가는 입찰가가 40%, 사업제안서 평가가 60%를 차지한다. 40점 만점인 입찰가 부문에서 최고가를 제시한 롯데가 DF1과 DF5 모두 만점을 받고, 최고 입찰가 대비 각 업체의 입찰가를 점수로 환산해 신세계가 DF1 39.38점과 DF5 35.34점을, 신라가 DF1 31.40점과 DF5 28.83점을 받게 되는 식이다. 이에 따른 롯데와 신라의 점수 차이는 DF1 8.6점, DF5 11.17점이다.
“롯데, 사업제안서 평가 꼴찌”
심사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벌어지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3일 입장문을 내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가 이뤄진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 번 알린다”며 “제안서와 프리젠테이션 내용이 타 업체보다 부실하다면 높은 가격으로 입찰해도 탈락할 수 있는 구조다. 롯데는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롯데는 제안서 평가에서 매장 운영계획, 디자인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타 업체 대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프리젠테이션에서도 평가 내용의 본질과는 다른 발표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내·외부 평가위원들 대부분이 일치되게 롯데의 사업제안서와 프리젠테이션에 대해 좋지 못한 평가를 내린 것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롯데 측은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지만 딱히 대응할 방법도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어떤 부분에서 부족해서 탈락한 것인지 알아야 보완해 다음을 준비할 텐데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며 “평가가 불합리하다고 생각될 경우 구제권이나 이의제기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제도들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라고 털어놨다.
“깜깜이 심사, 투명하게 공개돼야”
이번 논란에 대해 업계에서도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면세점 말고도 특허권 취득을 통해 운영되는 사업이 여럿 있지만 면세업계처럼 심사와 관련해 시끄러운 곳이 없다”며 “특허 심사 결과에 대해 탈락한 쪽은 수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깜깜이 심사’가 이뤄지다보니 심사 때마다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 B씨는 “특허권 심사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롯데가 업계 1위라고 해도 2위인 신라보다 사업제안서 평가에서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심사 때마다 얘깃거리들이 나온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심사를 거쳐 통과한 업체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롯데가 면세특허권 심사에서 부당한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결과 또한 쉽사리 수긍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2015년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당시 관세청의 부당평가로 인해 두 번이나 연달아 탈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평가 과정 조작이 고의였는지 여부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으나, 아직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업자 선정이 롯데의 사업권 반납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롯데가 다시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 또한 논란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이번 입찰은 기존에 DF1과 DF5 등을 운영하던 롯데가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이를 운영할 사업자를 찾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며 “사업을 중도 포기함으로 인해 벌어진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권이 또 다시 롯데에게 돌아간다면 다른 업체에서도 불만이 나오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이번에 선정된 2개의 복수 사업자를 관세청에 통보하고, 관세청은 공항공사의 입찰결과를 특허심사에 반영해 낙찰대상자를 선정해 공항공사에 통보할 계획이다. 이후 공항공사와 낙찰대상자가 협상을 실시해 6월 말까지는 계약이 체결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