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화순 기자] 월북시인 백석의 미공개 번역시, 무용가 최승희의 책과 화가 이쾌대의 그림 엽서.
이데올로기 문제로 한국 문화예술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뛰어난 월북예술인들이 남긴 미공개 글과 책, 그림 등을 통해 그들의 삶과 예술을 재조명하는 귀한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도서관은 오는 7월 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책방:책으로 만나는 월북예술인들’ 전시를 마련해, 광복 후 북한의 문학과 예술을 소개한다.
월북작가 해금 30년을 기념해 처음 열리는 이 전시는 한국영화사연구가 한상언 박사(42)가 그동안 어렵사리 마련한 많은 자료 덕분에 가능했다. 전시 자료는 박태원 백석 임화 최승희 이쾌대 등 월북예술인 100여 명이 집필한 다양한 분야의 도서 총 250여 권에 이른다. 1946년부터 1968년까지의 시집, 소설집, 아동 문학집, 미술, 음악, 연극, 영화, 수필, 기행문 등이다.
월북예술인은 광복과 동시에 이뤄진 분단, 6.25전쟁 등의 환경에서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으로 월북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상언영화연구소장인 한상언 박사는 “올해가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해인데다가 월북 작가 해금 30주년이기도 해 제가 그동안 모은 월북 문학 예술인들의 책과 자료를 공개해 함께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접경인문학연구단’과 함께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월북예술인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활동을 되짚어 보는 이번 전시와 강연을 통해 시민들이 그동안 궁금해 했던 북한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되고, 북한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주요 전시물을 보면, 북한에서 ‘조쏘문화’ 편집자로 일했던 시인 백석의 미공개 번역 시를 포함해, 북한 문단의 권력자로 군림한 소설가 한설야가 최초로 김일성을 문학작품으로 소개한 ‘김일성 장군 인상기’(1946), 월북 미술가 이쾌대가 조선 전기 문신이자 음률가 박연을 그린 인물화 엽서가 있다.
또 구보 박태원이 월북 후 최초로 쓴 ‘리순신 장군전’(1952,국립출판사), 이쾌대의 형이자 민족운동가겸 사회주의운동가 언론인 화가 학자 평론가로 김일성대학 교수를 지낸 이여성의 이순신 장군 초상과 ‘조선공예연구’,
한국 최초로 서구식 현대적 기법의 춤을 창작하고 공연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던 무용가 최승희가 쓴 ‘조선민족무용기본’(1958. 조선예술출판사)도 반갑다.
6·25전쟁 중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2차평화옹호대회’에 참가했던 소설가 리태준이 쓴 ‘조국의 자유와 세계평화를 위하여’(1951, 국립출판사), 6·25전쟁 중 ‘미제의 간첩’이라는 죄명으로 사형을 언도받은 시인 임화의 시 ‘형제’ ‘기적 울리는 죽령고개’ 등이 실린 ‘한 깃발 아래에서’(1950. 문화전선사), 배우 황철이 쓴 ‘무대화술’(1959, 조선예술사), 화가 리팔찬이 그린 조선시대 복식도감 ‘리조복식도감’(1962.조선문학예술총동맹출판사) 등도 출판 당시 원본 그대로 소개되는 눈여겨 볼 책들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도서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도서관 운영시간(매주 월요일 휴관) 내에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기획전시실 내에는 ‘접경인문학연구단’의 자원봉사자 5명이 상주하면서 전시를 관람하는 시민들에게 전시와 각 도서에 대한 설명도 하게 된다.
전시와 연계해 북한영화와 월북미술인들에 대해 더 깊에 알아보는 강연도 두 차례에 걸쳐 열린다. 7월3일에는 ‘북한영화 이해하기’를 주제로 이효인 전 한국영상자료원장이, 7월10일에는 ‘월북미술인들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신수경 미술사 연구자가 각각 강연자로 나선다.
연계강연에 참가하고 싶은 시민은 19일부터 ‘서울도서관 홈페이지→ 신청‧참여 → 강좌 신청’에서 사전 신청하면 된다. 연계강연은 서울도서관 4층 사서교육장에서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한편, 이번 전시 및 강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도서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