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6·12 미북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중국의 밀착이 눈에 띄게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일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특별히 가까운 관계임을 천명했다.
김 위원장은 "조중(북중)은 한식구처럼 고락 같이하며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내외에 뚜렷이 과시하고 있다"며 "시진핑 동지와 맺은 인연과 정을 더없이 소중히 여기고 조중 친선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로 부단히 승화 발전시키기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북한 측의 입장과 결심을 적극 지지한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자기의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중국과 조선은 친근한 벗과 동지로서 서로 배우고 참고하며 단결하고 협조함으로써 두 나라 사회주의 위업의 보다 밝고 아름다운 미래를 공동으로 개척해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더욱 더 양국이 친밀성을 강조하면서 우호적인 관계임을 국제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시 중국이 전용기를 빌려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위한 방중 행보이고, 중국은 북한에 대해 미북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직접 듣고 그에 따른 양국의 입장 교환을 위한 자리로 비쳐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내면을 보면 그리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번 북중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은 시 주석 외에도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및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참석했고 북한 측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또한,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참석한 가운데 예술공연이 성대히 치러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회담 배석자 이외에도 중국에서는 리커창 총리와 외교 사령탑인 왕치산 국가부주석, 궈성쿤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등이 연회에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및 박봉주 내각 총리, 박태성 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도 연회에 자리했다. 가히 중국과 북한 수뇌부의 총 출동이라고 평가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과 북한이 이번 3차 북중정상회담에서의 '우애'를 과시한 이면에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압박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19일(현지시간)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위기를 정조준 하며 "중국이 미국보다 잃을 게 많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지난해 미국이 수출한 것보다 4배 가량 많은 상품을 미국에 수출한 사실을 고려할 때 무역전쟁은 미국보다 중국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중국이 미국에 대해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 계획에 보복 조치를 발표하자 미국은 이에 대한 재보복 조치로 중국에 대해 2000억달러(약 220조 6000억원) 상당의 상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이성을 잃고 관세 목록을 발표한다면 중국은 부득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상호 결합된 종합적 조치로 강력히 반격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미중 사이의 무역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북한을 고리로 미국에게 경제적 측면에서의 '양보'를 견인해 내려는 시도를 하고 잇는 것으로 읽혀진다. 즉 중국은 북한을 지렛대로 해서 동북 아시아 정세의 향방을 좌우할 키(Key)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암시를 미국에게 주려는 의도이고, 북한으로서는 중국을 활용해 미국의 의도대로만 끌려 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잖다.
이 같은 '북중간의 급속한 밀착'에 대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