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인하대학교 부정 편입학 혐의 등으로 학사학위를 잃게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인하대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에 대한 편입학 관련 조사에서 고등교육법 및 학칙 위반 사례를 다수 적발, 인하대를 졸업한 조원태 사장에 대해 편입학·학사학위 취소를 요구했다고 11일 밝혔다.
교육부는 조 사장이 1998년 인하대 3학년으로 편입할 자격이 없는데도 대학 측이 이를 승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당시 인하대는 편입학 모집요강에서 3학년 편입학 지원 자격으로 '국내·외 4년제 대학 2년 과정 이상 수료자 또는 졸업예정자로서 72학점 이상 취득한 자 혹은 전문대 졸업(예정)자'로 규정했다.
그런데 조 사장이 편입하기전 미국에서 다녔던 힐버칼리지는 2년제로 한국의 전문대학에 해당된다. 그는 이 학교에서 3학기 동안 33학점을 이수하면서 평점 1.67점을 받은뒤 1997년 교환학생 자격으로 인하대에 와 21학점을 추가로 취득한 뒤 이듬해 3월 인하대 경영학과 3학년으로 편입했다.
문제는 조 사장의 이수학점과 평점이 힐버칼리자 졸업 기준(60학점 이상/ 누적 평점평균 2.0 이상)에 미달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힐버칼리지에서 교환학생을 가려면 평균 평점이 2.5 이상이어야 했다"며 "조 사장의 평점으로는 학점근신기간을 적용받아 교환학생으로 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강생 신분으로 인하대를 다녔다는 의미다.
인하대는 1998년 1월 5일 내규를 만들어 외국 대학 이수자의 경우 이수 학기를 기준으로 편입학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조 사장은 3학기만 이수해 어차피 편입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교육부는 덧붙였다. 조 사장이 편입할 당시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었다.
조 사장은 2003년 경영학과를 졸업할 당시에도 학사학위 취득 자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학사모를 썼다. 2003년 당시 인하대 학칙에 따르면 학사학위 취득 요건은 '총 취득학점 140점 이상 혹은 논문심사 또는 그와 동일한 실적심사에 합격한 경우'였다. 조 사장은 미국 2년제 대학과 인하대에서 취득한 총 120학점으로 학사학위를 받는데 성공했다.
교육부는 이에 앞서 조 사장의 인하대 부정 편입학 논란이 일었던 1998년 당시 총장 등 편입학 업무 관련자 9명에 대해 문책을 통보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인하대 학교법인에 대해 경고를 통보했다. 당시 인하대는 총장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교무처장에 대한 경징계 처분 과정에서 사립학교법에 규정한 징계절차 없이 징계조치를 내렸다. 교육부는 최근 4년간 고등교육법을 위반하고 2년에 걸쳐 편입학 인원 2명을 초과 모집한 인하대에 경고와 함께 2019학년도 편입학 전형에서 초과모집 인원 만큼 모집을 금지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조사결과 인하대 학교법인은 조양호 이사장의 그룹계열사와 자녀에게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나타났다. 인하대 학교법인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수익용 기본재산인 빌딩 청소·경비 용역비 31억원을 조 이사장과 특수관계인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또 2014년부터 현재까지 교비회계에서 차량 임차(2000만원 이상 일반경쟁 대상) 등 용역비 15억원을 조 이사장과 특수관계인 3개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고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조 이사장과 특수관계인 업체와 인하대 부속병원 지하 1층 시설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고, 공사비 42억원을 관할청의 허가 없이 업체에게 떠넘긴 사실 등도 확인됐다.
교육부는 공익재단 추천 장학생 장학금 교비집행, 부속병원 시설공사 및 임대차계약 부당 등의 책임을 물어 조 이사장에 대해 임원 승인 취소를 통보할 방침이다. 인하대 전 총장 2명, 전·현 의료원장 및 병원장 3명에 대해서는 공익재단 추천 장학생 장학금 교비집행, 부속병원 시설공사 및 임대차계약 부당, 부속병원 교사시설 임차 부당 등의 책임을 물어 징계를, 다른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책임의 정도에 따라 문책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아울러 공익재단이 부담해야 할 공익재단 추천 장학생 장학금 6억3590만원과 공익재단 주관 외국인 장학생 선발 면접위원 국외출장비 300만원 등 총 6억3900만원을 공익재단 등으로부터 회수해 교비회계에 세입 조치하도록 했다. 저가로 임대한 지하 1층 근린생활시설과 지상 1층 커피점 임대료는 재평가해 정산하고,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도록 하는 한편 부속병원 1층 커피숍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된 사실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교육부는 일반경쟁 입찰 대상인 경비용역 등을 특수관계인 업체와 수의계약한 사항, 공익재단 추천 장학생 장학금 교비집행, 특수 관계인 업체와 부속병원 시설공사 및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사항 등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는 이날 교육부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서에서 "이번 징계와 수사 의뢰는 과도한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적극 소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하대는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는 '학교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거나 '학사 운영에 부당하게 간여했을 때'만 가능한데 교육부가 발표한 사유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조 사장이 당시 편입학 지원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교육부 지적과 관련, "조 사장의 편입학 취소 통보는 20년 전 시행된 1998년 교육부 감사 결과를 뒤집은 것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인하대는 이어 "학생 편입학은 특정한 규정이 없는 한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장이 행한다는 교육법과 내규에 따라 이뤄져 불법 행위가 없었다" 며 "이는 국가기관에서 부여한 신뢰를 스스로 위배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처사로 인하여 얻을 공익적 이익에 비해 개인의 삶에 미치는 피해를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하대는 "인하대병원 근린생활시설 공사는 운영 희망업체가 없어, 부득이하게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해명했다. 부속병원 커피점 문제와 관련, "이미 해당 커피숍은 계약이 해지된 상황"이라며 "임대료도 인하대병원 1층에 위치한 타 점포의 임대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가 임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인하대 관계자는 "조사 결과와 처분에 대해 다음 달까지 이의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재심의 신청기간(30일)을 거쳐 관련자에 대한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대학이 교육부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학생 모집정지 등 행정제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