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투자와 내수가 부진해 경기 개선 흐름이 완만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2018년 하반기는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의 경우 제약 요인과 확대 요인이 상존한 가운데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의 체감경기에서 비관적 전망이 더 높게 나타나는 등 경제 활력 저하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발간한 ‘2018년 7월 KDI 경제동향’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이 비교적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내수 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경기 개선 추세가 완만해지고 있다.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됐으나 이는 주로 일시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고, 반도체 및 석유화학·석유제품 등은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광공업생산도 부진이 다소 완화됐으며, 제조업 평균 가동률 및 재고율도 개선됐다.
그러나 소매판매 증가율과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낮아지고 서비스업생산이 정체된 모습을 지속하는 등 소비의 개선 흐름이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6월 중 기준치(100)를 상회하는 105.5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12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5월 소매판매액지수는 4.6% 증가에 그쳐 5.5%를 기록한 전월에 비해 증가폭이 축소됐다. 서비스업생산지수도 2.3%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2.7%)에 비해 소폭 줄어드는 등 서비스소비의 개선이 여전히 지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노동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고용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임금이 예년보다 빠르게 올랐다. 5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0.3%(7만2000명) 증가해 0.5%(12만3000명) 오른 전월에 비해 증가폭이 감소했다. 실업률은 4.0%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청년층(15~29세)의 경우 지방직 공무원 시험일정 변경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경제활동참가율과 실업률이 각각 46.8%에서 47.3%로, 9.6%에서 10.9%로 동시에 상승했다. 4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명목임금은 상용근로자 정액급여가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하는 등 예년에 비해 높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상고하저’ 활력 저하 우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기 국면에 대해 ‘경기 후퇴’에서 ‘경기 침체’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3월 내놓은 2.8%와 동일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이며 올해 상반기에 3.1%, 하반기에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대내외 경기 하강 리스크가 감지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는 것이 실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 2.8%는 2012년 유럽재정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성장률이며, 이마저도 경기 하강 리스크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KIET)은 ‘2018년 하반기 거시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하반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2.9%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국내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과 투자가 둔화되지만 소득 여건의 개선에 따른 소비 확대와 정부 지출 확대 등에 따라 상반기 경제성장률(3.0%)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소비·실업률 소폭 확대
산업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2017년보다 소폭 확대될 것으로 예측ㄴ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 관광객 유입 확대 가능성 등이 민간소비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근로소득이 2018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7% 상승해 2012년 1분기 이후 가장 크게 증가했고, 같은 기간 사업소득과 이전소득도 각각 4.4%, 17.7%의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그러나 고용 여건이 부진하고 가계부채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들은 민간소비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물가는 상승폭이 둔화될 전망이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인건비 상승은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민간소비 증가세가 미약해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적인 저인플레이션 추세 및 원화 강세 기조가 수입물가 상승폭을 제한함에 따라 물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업률은 소폭 상승하고 신규 취업자 수는 감소할 전망이다. 2018년 경제 성장세가 2017년 대비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제 전체의 고용 창출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건설 경기가 큰 폭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건설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 감소 및 산업 구조조정 이행 등 고용시장 여건 악화는 실업률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기업간 체감경기 괴리
가계가 체감하는 현 경기 상황과 미래 전망은 모두 소폭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체감 정도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소비자동향지수)는 지난 5월 89로 전달보다 호전됐다. 올해 현재경기판단 CSI는 △1월 90 △2월 89 △3월 87 △4월 86 △5월 89를 기록했다. 향후경기전망 CSI도 하락세를 보이다가 5월에는 기준치(100)를 상회했다. 월별 향후경기전망 CSI는 △1월 102 △2월 98 △3월 97 △4월 96 △5월 101을 나타냈다.
반면, 기업 심리는 부진한 모습이다. 기업의 경제심리는 5월보다 6월 들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 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2월 92.8 △3월 100.2 △4월 96.3 △5월 100.3 △6월 95.2로, 비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은행의 BSI도 △2월 78 △3월 82 △4월 79 △5월 81 △6월 81로, 장기 평균치인 80 내외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활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으며, 구조적 문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아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양호한 세계 경제와는 동떨어진 내수 불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슈퍼추경 및 완화적 통화정책 등을 통한 경제 활력 제고 △가계 소득 확대 및 가계부채 충격 완화 △기업 투자 활성화 △부동산 안정화와 건설경기 연착륙 △수출 경기 회복세 강화 △서민 물가 안정 대책 △장기적 고용 안정 달성 등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