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최승욱 기자] 지난 2년 사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중소 하도급업체들이 대기업 등 원사업자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대폭 확대되었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7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도급법은 중소 하도급업체가 계약 기간 도중 원사업자에게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요건에 인건비(노무비)나 전기요금, 임차료 등 각종 경비를 추가했다. 현재까지는 원유나 철광석 등 원재료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만 요청할수 있었다. 새 도급법에 의해 하도급업체는 원재료비와 인건비, 경비 등 공급원가 상승 정도에 관계없이 직접 원사업자에게 증액을 요청할 수 있다.
다만 '갑을 관계'로 중소기업이 증액 요청을 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거래 현실인 점을 감안,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소속 하도급업체를 대신해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조합의 대리 요청은 최저임금이 7%, 원재료는 10% 이상 각각 상승했을 때 등으로 제한된다. 재료비 또는 인건비 또는 경비(공공요금,임차료,수수료 등) 상승액이 남아있는 하도급 일감 대금의 3% 이상일 때도 대리 요청이 가능하다. 아울러 재료비 또는 인건비 또는 경비상승액이 하도급 계약금액의 5%를 넘어도 대리요청을 할 수 있다.
하도급업체나 소속 조합으로부터 납품단가 증액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이내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없이 협의를 거부하거나 10일 이내에 협의를 개시하지 않으면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등 제재를 받게 된다.
아울러 이같은 증액 요청을 원사업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정거래조정원, 건설협회 및 전문건설협회(공동설치), 전기공사협회, 정보통신공사협회, 광고단체연합회, 엔지니어링협회, 소프트웨어산업협회, 건축사협회, 소방공사협회, 공정경쟁연합회 등 10개 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하도급업체들이 증액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관련, 김상조 위원장은 "최저임금이 올해 16.4%, 내년 10.9% 상승함에 따라 하도급업체는 사실상 무조건 협동조합을 통해 대금 조정 협의를 할 수 있다"며 "기존 사례를 보면 조정 신청에 따른 수용률이 70∼80%에 달하는만큼 일단 신청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새 하도급법은 중소기업의 권익을 침해하는 원사업자의 경영정보 요구, 전속거래 강요, 기술수출 제한,조사협조를 이유로 한 보복 등 불공정행위도 금지한다. 경영정보란 △재료비·인건비 지급내역이 기재된 원가정보 △ 다른 사업자에게 납품하는 물품의 매출정보 △거래처 명부 등 영업 관련 정보 △제품생산·판매계획 등 경영전략 정보 등을 말한다. 기술수출 제한행위란 기술자료를 해외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거나, 기술자료 수출을 이유로 하도급업체와의 거래를 제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아울러 원사업자의 기술유용, 하도급대금 부당 결정·감액, 부당 위탁 취소, 부당 반품행위에만 적용해왔던 3배 손해배상제 대상에 법 위반행위로 피해를 당한 하도급업체가 공정위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우로 보복하는 행위도 추가됐다.
개정 도급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하도급업체에게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경영상 정보'의 세부종류를 공정위가 정해 고시하도록 했다. 그간 대기업 등 원사업자들이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원가정보, 원사업자 자신의 경쟁사업자에 대한 납품단가에 관한 정보, 그 정보들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매출액·거래량 등의 정보를 제공받고 이를 이용해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하도급업체에게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경영상 정보’를 결정, 이 내용을 감은 고시를 17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경영상 정보’라해도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나 성과공유 강화 등을 위한 것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경영상 정보를 요구할수 있도록 허용했다.
특히 상생협력 확산 등을 위해 2차 이하 협력사의 경영여건이나 소속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개선되도록 대기업이 1차 협력사를 독려하는 행위는 하도급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경영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하도급거래 공정화지침’에 명시했다. 이 지침도 17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