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정부가 영세자영업자의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할 예정인 소상공인 전용 결제시스템 ‘소상공인 페이’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할 것인가’인데, 40%의 소득공제 외에는 이렇다 할 혜택이 없어 ‘영세자영업자 살리기’라는 취지에만 호소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8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정부는 영세자영업자의 경영부담 완화의 일환으로 소상공인 페이를 구축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페이를 이용할 경우, 영세자영업자의 결제수수료 부담은 신용카드 수수료 대비 △매출 3억원 이하는 0.8%에서 0%로 △매출 3억~5억원 이하는 1.3%에서 0.3%로 △매출 5억원 이상은 2.5%에서 0.5%로, 수수료 부담이 최대 2%포인트 낮아진다.
이용 방법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소상공인 페이 앱을 설치하고 일정 금액을 충전하거나 은행 계좌를 연동해 바코드 등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소상공인 페이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이용금액에 대해 전통시장에 준하는 40%의 소득공제를 지원할 방침이다.
◇“굳이 쓸 이유 있나요?”
문제는 실효성이다. 별도의 앱을 설치해 미리 금액을 충전하거나 계좌를 연동해 두고 결제 시 바코드를 제시하는 것이 신용카드에 비해 번거롭고, 이미 삼성, 네이버 등 다수의 대기업들의 선보이고 있는 간편결제에 비해 혜택이 적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소상공인 페이의 도입 취지에 공감을 하면서도 활성화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32세 직장인 최모씨는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가 좋은 것 같다”면서도 “뭔가 혜택이 있다면 번거롭더라도 이용할 생각이 있지만 소득공제 40%는 혜택으로서 별로 와 닿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34세 주부 이모씨는 “소상공인 페이를 설치해 놓고 필요할 때 이용할 의향은 있지만 실제로 이용할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밝히며 “평소에 신용카드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데 소상공인 페이는 현금 결제나 다름없어 보이고,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47세 직장인 정모씨는 “별도의 앱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이 번거롭게 느껴진다. 그냥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할 것 같다”며 “연세가 많은 분들은 시력 문제 등의 이유로 스마트폰 이용이 불편할 수 있는데 소상공인 페이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할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적용 대상 많을 것… 괜찮은 시도”
소상공인 페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37세 직장인 김모씨는 “결제 방법만 바뀌는 것일 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며 “영세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은 만큼 적용되는 대상이 많을 것 같다. 소상공인 페이가 도입된다면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36세 직장인 김모씨는 “경기 불황으로 영세자영업자들이 힘든 상황이라 매번 카드수수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카드 회사를 압박하는 것에서 벗어나 정부에서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괜찮은 시도인 것 같다”며 “솔직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드 결제를 하는 것보다 불편할 것 같지만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용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대기업에서도 못하고 있는데…”
그러나 정작 이번 대책의 수혜자인 소상공인 측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많은 소상공인과 얘기를 나눠봤는데 대부분 ‘대기업에서 하는 간편결제들도 오프라인 확산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인데 소상공인 페이가 확산되겠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별 기대감은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신용카드 같은 ‘신용거래’가 아니고 체크카드나 현금 결제처럼 ‘현금거래’ 방식이라 소비자들이 굳이 별도의 앱을 설치해서 사용할지 모르겠다”며 “소상공인 페이를 영세자영업자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내놨다는 것이 다소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의 한 지하상가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신용카드 이용하는 것보다 수수료 부담이 낮아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건 카드 결제가 전부 소상공인 페이로 옮겨갔을 때의 일”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상공인 페이 설치 및 이용이) 귀찮을 텐데 장사하는 사람들 돕겠다는 생각만으로 (소상공인 페이를) 써주겠냐”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 인근에서 테이크아웃 전용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씨는 “2000원 밖에 되지 않는 커피 한 잔에도 대부분의 손님들이 카드를 내민다. 오는 손님을 놓칠 수 없어 카드 결제도 고마운 마음으로 받고 있지만 수수료가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며 “소상공인 페이가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판단을 유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