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아라 기자] ‘홍대 누드모델 몰카범’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성별에 따른 편파논란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여타의 몰래카메라 범죄에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수사와 빠른 구속에 이어 초범임에도 실형이 선고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남성혐오 성향의 여성 우월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등 최근 들어 워마드 관련 수사가 수십 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 6단독 이은희 판사는 동료 모델의 나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모씨에 대해 “피고인이 저지른 사건은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적 피해를 가했고, 인터넷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10개월에 성폭력 치료 이수 프로그램 40시간을 명령했다.
이 판사는 “피해자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처벌 정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며 “피해자는 사회적 고립감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고, 더 이상 누드모델 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워졌다. 또 피해자의 사진이 다른 사이트에도 이미 유포돼 추가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완전한 삭제가 불가능하며, 피해자 또한 처벌을 원하고 있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안씨는 지난 5월 홍익대학교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 참여한 동료 남성 모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워마드에 게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 논란이 제기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일부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다른 몰카 범죄와는 달리 수사가 빠르게 진행돼 수사 9일 만에 범인을 긴급체포했고 사건 발생 24일 만에 구속된 것은 피해자가 남성이고 범인이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초범인데 실형?” vs “합의 못해서”
안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을 찍어 극우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게시판에 올린 남성이 같은 날 벌금형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것과 비교해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디 cafr****는 “여자친구 누드사진을 일베에 올린 남성에 벌금 200만원 선고유예 내려진 날 홍대몰카범에겐 징역 10개월. 남녀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kokd****는 “홍대몰카범은 초범이 아니었나? 반성을 안 했나?”, lsm6****는 “홍대몰카범은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여성들이 소리를 내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남자 몰카범 사례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들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보다 집행유예 혹은 무죄로 풀려난 사람이 더 많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안씨가 피해자와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자친구 나체 몰카범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도 많다. exqu****는 “(합의 여부에 따라) 사건이 같은 조건에서 벌어졌다 해도 양형에서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 홍대몰카범도 합의했으면 실형 안 나온다”, ehdg****는 “남자도 초범임에도 징역형 받은 사례들이 있다. 홍대몰카범은 감형의 최대 사유가 되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안 돼 있고 신상을 타 게시물에 올려 2차 피해를 유도한 데다 증거인멸을 했기 때문에 징역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서처럼 앞으로의 몰카 범죄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peac****는 “홍대몰카범 실형 선고에 조금의 불만도 없다. 여성 대상 몰카범도 똑같이 실형 선고하자”, seil****는 “오히려 잘됐다. 이제부터 남자 몰카범도 똑같이 처벌하면 된다. 홍대몰카범은 사회 이슈 중심에 있었으니 정석대로 처벌을 받은 것이고, 앞으로 몰카범들 모두 정석대로 처벌받도록 하자” 등의 의견을 남겼다.
워마드 수사는 여성혐오?
편파수사·판결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들어 워마드에 대한 신고·고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에 대한 경찰 수사에 대해서도 편파적이라는 비난이 확산되는 등 높아진 관심 속에 날카로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워마드 게시판에 아동 나체 사진 17장이 올라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내사를 통해 워마드 운영자 A씨를 특정했다. A씨가 사진을 직접 게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으나, 사진을 게시한 회원을 아직까지 특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출국한 A씨의 입국 사실을 통보를 받기 위해 지난 5월 A씨에 대해 아동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았다.
워마드 운영자 수사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10년 가까이 일베(일간베스트), 20년 넘게 디씨(디시인사이드)는 놔두고 뭐했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A씨가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일베나 소라넷(국내 최대 음란물 포털사이트)은 왜 그냥 뒀나”, “지금도 남초 커뮤니티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이 셀 수 없이 많다”고 지적하며 이는 편파수사이자 여성혐오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베 범죄 검거율 77% 달해
이 같은 상황에 경찰이 해명에 나섰다. 지난 9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워마드 수사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 “일베는 오랫동안 문제가 돼 왔으며 경찰은 문제되는 게시물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베 관련 수사는 올해 69건이 접수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를 통해 53건(76.8%)을 검거했다. 워마드 관련 접수 사건은 총 32건으로 게시자 검거 사례는 아직 없다.
경찰청은 워마드 운영자 A씨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워마드 서버가 해외에 있어 게시자의 신상을 파악하거나 삭제 조치하기 어렵다는 점이 ‘방조죄’에 해당한다”며 “워마드는 사이트 운영 정책에 회원 신상을 알려주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경찰의 강제수사가 불가능한 측면이 있으나, 일베의 경우 서버가 국내에 있다 보니 문제 게시물에 영장을 보내 게시자의 신상을 알아내는 등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수사는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촬영물을 게시·유포·방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관련 절차에 따라 위법성 여부를 판단, 차별 없이 수사하고 있다”며 “특히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사이버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