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최승욱 기자] 국민연금 적립금이 당초 예상보다 3년 빨라진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20년 만에 연금 보험료 인상이 눈 앞에 다가왔다. 소득대체율 설정에 따라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즉시 11%로 2%포인트 올리거나 10년간 13.5%까지 4.5%포인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두 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중구 서울상공회의소에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국민연금기금운용발전위원회 등 3개 위원회의 자문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수지와 재정 건전성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국민연금 제도 및 기금운용 등 전반적인 국민연금 발전방향)'을 수립한다. 2018년부터 23088년까지 향후 70년을 예상한 제4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라 올해 4번째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한다.
소득대체율 '45% 고정' vs '2028년까지 40%로 인하'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장기재정 전망 결과 국민연금이 현행 보험료율(소득의 9%)과 소득대체율(2018년 45%→2028년 40%)을 유지할 경우 2057년 기금이 소진되면서 124조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적립기금은 2041년 최대 1778조원까지 증가했다가 2042년부터 지출이 수입보다 늘어나면서 적자가 발생한다.
이같은 기금 소진 시점은 2013년 제3차 재정계산 당시 예상시기보다 3년 앞당겨진 것이다. 적자액도 157조원 늘어났다. 최대적립기금 적립 시점은 2년 앞당겨졌고 규모도 783조원 줄었다. 수지적자 시점도 2년 빨라졌다. 여기에는 기금운용수익률 저하,출산율 하락(2040년 합계출산율 1.42명→1.38명)와 기대수명 상승(2040년 남성 83.4세·여성 88.2세→남성 84.7세·여성 89.1세), 낮아진 경제성장률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두 가지 재정 안정화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향후 70년간 적립배율 1배로 설정하는 데엔 합의했다. 적립배율 1배란 올해를 기준으로 2088년에 도달했을 때 1년치 지급분을 갖고 있어 재정이 안정하다는 뜻이다. 다만 노후소득보장 수준을 말하는 소득대체율 설정을 놓고 의견이 일치하지 못했다.
이른바 급여-재정 패키지인 '가'안은 가입자로부터 신뢰를 얻기위해 소득대체율을 올해 수준인 45%로 고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2007년 제2차 제도개혁 당시 2008년 50%였던 소득대체율을 매년 0.5%포인트씩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소득대체율 5%포인트 인상에 상당하는 보험료 2%포인트를 내년 즉각 인상한다. 이렇게 되면 소득의 9%(직장가입자 본인부담금 4.5%)인 보험료율이 내년부터 11%(본인부담금 5.5%)로 올라가게 된다. 이후부턴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할 때 30년간 적립배율을 추산, 1배를 유지하면 보험료를 유지하고 그보다 내려가면 보험료를 올리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다음 보험료 인상 시점은 2034년이며 보험료율은 12.31%다.
다른 대안인 '나'안은 보험료율을 단게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2028년까지 소득대체율 40%로 인하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 이 경우 기금고갈 시점이 빨라지지만 소득대체율을 예정대로 낮춰가는만큼 단계적 인상으로 대처할 수 있다. 1단계인 2019~2029년 중에는 10년간 보험료율을 9%에서 13.5%(본인부담금 6.75%)까지 4.5%포인트 높인다. 2030년이후인 2단계부터는 수급개시 연령 상향조정, 기대여명 계수 도입 등으로 약 4%의 보험료율 인상 효과를 모색한다. 2013년 60세에서 2033년까지 65세로 늦추기로 한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2043년 67세까지 늦추는 방안이 논의된다. 이리해도 재정목표 달성이 어렵다면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토록 했다.
아울러 국민연금 중심 보장체계를 '한국형 다층연금체계'로 전환한다. 국민연금과 함께 법정 의무연금인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3층 연금체계를 활용한 방안이다. 중하위계층은 급여수준이 강화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중상위계층은 일시금을 연금화한 퇴직연금과 국민연금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는 월소득 468만원을 부과소득 상한으로 정하고 있다. 보험료 최고액은 468만원에 보험료율 9%를 곱한 42만1200원이다. 직장가입자는 이중 절반을 회사가 부담한다. 가안처럼 보험료율이 내년 11%로 오르면 보험료 최고액은 51만4800원으로 9만3600원 늘어난다. 직장인(25만7400원)은 4만6800원을 추가부담한다. 나안은 2029년까지 10년간 장기 인상안만 내놓은 상태다. 따라서 10년 뒤 63만1800원(직장인 31만5900원)까지 인상돼 지금보다 21만600원(직장인 10만5300원)을 더 부담한다. 매년 균등하게 오른다고 가정하면 해마다 2만1060원(직장인 1만530원)씩 오른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제도발전위원회는 급여제도와 가입제도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급여제도와 관련해 적자가 발생하면 급여지급을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명문화자는 의견에 대해선 현행을 유지하되, 국민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급여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 등 추상적인 규정 반영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유족·장애연금 급여수준은 20년 가입한 것으로 간주(의제가입기간)해 지급하던 연금을 사망·장애 발생 시점부터 평균 연금수금연령까지로 확대하거나 지급률을 일괄 60%로 인상하는 등 정책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혼에 따른 분할연금 수급을 위한 혼인기간을 현행 5년에서 1년으로 바꾸고 분할 시점도 노령연금 수급부터가 아닌 조기분할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가입제도와 관련, 국민연금 가입연령을 현행 60세 미만에서 수급연령인 65세와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60세 이후에도 직장에 일하는 사람은 직장으로부터 보험료 절반을 보조받을 수 있는데도 이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부터 인정하던 출산 크레딧은 첫째부터 12월씩 부여한다. 전체 군복무기간 중 6개월만 인정하던 군복무 크레딧은 전체기간으로 각각 확대한다.
현재 468만원인 부과소득 상한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전체 가입자의 14.16%가 상한선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처럼 일하는데도 보험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등 220만명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사업장 가입 전환은 고용노동부 등 관련부처 정책 추이를 참고해 단계적으로 검토토록 했다. 다만 최소가입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은 도덕적 해이와 낮은 급여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위원회 자문안을 기초로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 협의 등을 거쳐 다음달 말까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마련, 10월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