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 "꿈에 한 번씩 찾아와 안아주라. 나 밥 잘 먹고 우리 아들 건강하게 잘 키울게.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자“
인천 남동공단 화재 희생자 9명의 합동영결식이 31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엄수됐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에 들어갔다가 숨진 A(36)씨의 아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읽기 시작했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 선택을 이해한다는 듯 "당신다운 선택을 했다는 것을 잘 알아. 그래서 당신을 원망할 수 없어" 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또 "꿈에 한 번씩 찾아와 안아주라. 나 밥 잘 먹고 우리 아들 건강하게 잘 키울게.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자"라고 말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입사한 지 4개월 만에 숨진 B(25)씨의 어머니는 "어디 가서 너를 만날 수 있겠니. 엄마가 미안해"라며 영정 사진 속 딸을 보고 "그 안에서 얼마나 엄마, 아빠를 찾았겠니… 내 딸아 미안하다"라며 오열했다.
유가족 대표인 강성구씨는 "유가족이 슬픔에 잠겨 쓰러져 있는데 그 어떤 대책도 없었다"며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나서달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고인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조사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들은 뜨거운 여름날 일터에서 한 줌의 재가 돼 돌아왔다. 마지막까지 회사에서 일 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며 "대한민국 일터에서 더 이상 이 같은 불운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어 헌화·분향을 하며 유족은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이름을 외치고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영결식장 안이 울음바다가 됐다.
한 유족은 사진 속 고인의 모습을 보고 몸도 가누지 못한 채 울다가 결국 쓰러지기도 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박남춘 인천시장, 이강호 남동구청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시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9명의 희생자들은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화장장에서 화장 후 각각 마련된 장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이번 화재는 이달 21일 오후 3시 43분경 남동구 논현동 세일전자 1공장 4층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공장 근로자 9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은 지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고 공장 천장 단열재(우레탄폼) 때문에 유독가스가 대량 발생해 인명피해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