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원성훈 기자] 한국-중국-일본, 남한-북한-러시아를 연결하는 광역철도망의 완성은 동북아의 자원과 잠재력을 활용해 번영의 미래, 상생의 시대를 여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남과 북이 분단으로 인해 대륙과 단절됐던 ‘경제 혈관’을 연결하고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로 경제권을 확대한다면 지구촌을 선도하는 미래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북방경제영토의 핵심 축은 한반도종단철도(TKR)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해 우리나라에서 유럽까지 이르는 철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TSR로 대표되는 유라시아 철도를 이용하려면 끊어진 동해선 부터 서둘러 복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BRIDGE 사업의 핵심은 ‘유라시아 철도’
2000년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은 철도복원 연결에 합의했다. 2003년 경의선(문산~개성)과 2006년 동해선(제진~금강선) 복원이 완료됐다. 이명박 정부는 한·러 간 철도, 가스, 농업 등 3대 신(新) 실크로드 협력을 추진하고 남·북·러 가스관 사업도 도모했지만, 대북강경정책 여파로 협력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하며 유라시아와 경제협력을 통한 북한의 개방을 유도했지만,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남북 및 남·북·러 사업이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는 전력, 철도 등의 사업에 대해 공동조사연구, 시범사업 등을 통해 남북협력기반을 조성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나는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9개의 다리를 놓아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이뤄 나갈 것을 제안한다”며 “그 9개의 다리는 조선, 항만, 북극항로와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이라고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9-BRIDGE 사업’이다.
이 사업 중에도 가장 주목되는 것이 유라시아 철도사업이다. 핵심은 한·러 경제의 미래 먹거리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남북철도(TKR)를 연결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4일 러시아 측에 TSR 이용과 관련해 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 총리에게 통관절차 간소화 및 열차 확보를 요청했다. 이어 11월 15일에는 한·러 철도기술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철도화차 연결기 및 제동장치 등 핵심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국토교통부 주관아래 11월 24일 TSR 이용기업 간담회를 갖고 화차 및 컨테이너 부족, 복잡한 통관절차 개선 등을 논의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11월29일 교통협력회의를 갖고 TSR 이용 활성화를 위한 실무협의 진행 등에 합의했다.
‘유라시아 철도’는 동북아의 ‘미래 먹거리’
한국과 러시아가 TSR을 중시하고 있는 이유는 TSR을 통한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TKR이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TSR을 통한 물동량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꾸준히 증가돼 왔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운송조정 협의회와 러시아 철도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148만3000 TEU(길이 20ft의 컨테이너 박스 1개를 나타내는 단위)에서 2014년에는 182만8000 TEU로 증가됐다. TSR로 물류수송을 했던 경험이 있는 모든 회사는 해운 수송량에 비해 철도 수송량의 비중이 더 컸다.
일찍이 북한·중국·일본도 대륙철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2017년 10월에 러시아에게 ‘나진~하산’ 철도 확충을 위한 철도 자재 공급을 요청했고, 중국은 선양에서 베이징을 거쳐 터키의 이스탄불을 지나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이르는 ‘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帶)와 중국의 취안저우에서 인도 캘커타 및 케냐의 나이로비를 거쳐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이르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一路)’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교통 인프라 확충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유라시아 철도에 집착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드러내 준 것이 2016년 10월2일자 일본 산케이신문이었다. 산케이신문은 당시 러시아가 TSR과의 연결을 우리나라보다는 일본 쪽으로 선회해 TSR을 하바롭스크에서 사할린을 거쳐 사할린을 거쳐 일본의 홋카이도로 연결하는 사업을 제안해온 것에 대해 “제안이 실현될 경우 일본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을 육로로 잇는 새로운 루트가 구축될 것”이라며 “일본 기업들의 사업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반겼다. 동북아 국가들이 TSR이 자국의 확실한 ‘미래 먹거리’라는 인식을 갖고서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해선 철도복원이 중요한 이유
동해선은 양양에서 안변에 이르는 총 192.6Km(남한 122.6Km, 북한 70Km)의 비전철 단선철도였다. 1950년 이후 한국전쟁으로 영업을 중지했다. 2002년 9월 동해선 군사분계선 상에서 남북철도 연결 행사를 가졌다. 2007년 5월에는 ‘제진-금강산 시험열차’를 운행했다. 정부는 2011년 4월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추가검토 사업’으로 반영했으며 2016년 6월에는 통일기반 준비 및 남북철도 연결 필요성 대두됨에 따라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추가검토 사업’으로 반영했다.
부산에서 출발한 철도망이 TSR과 연결하는 여러 가지 대안 노선 중에 동해선을 복원한다면 소요시간 및 경제적 효율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여타 지역을 경유해 TSR과 연결되는 철도망보다 구간길이가 가장 짧다. 더구나 경부선과 중앙선 등 수도권 구간 선로용량은 이미 한계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이런 노선은 열차의 추가 투입이 어렵고, 철도수요 증가추세에 대응하기 곤란하다.
철도건설 특성상 기본계획에서부터 완공까지 최소 8년이 소요된다. 남북 간 4개 연결노선 중 경의선 외에는 상당기간 철도 운행이 불가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제시됐다. 더구나 경원선 및 금강산 선은 철도 연결 과정에서 남북 당사자 간 합의가 필요하지만, 동해선 강릉에서 제진 사이의 104.6㎞ 철도 연결은 우리 영토에서 이뤄지는 사업이기에 비핵화문제가 진전되면 급물살을 탈수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동해선이 중요하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동북부 접경지역 발전을 촉발하는 등 국토의 균형발전 도모할 수 있는데다 현지 문화관광 자원 등을 활용해 ‘에너지 관광벨트’로 육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 철도망과 상생하기에도 최적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원주~강릉 복선전철이 2017년에 이미 개통됐고, 춘천~속초 구간의 경우 2018년에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포항~삼척 간 철도는 건설 중이며 2020년에 개통 예정이다. 즉, 동서와 남북 방향으로 연결되는 철도망이 바로 동해선이라는 얘기다.
이밖에도 △ 강릉~원산을 연계한 관광벨트 구축으로 남북한 공동번영 토대 구축 △TSR로 서유럽으로 운송할 때 해운과 경쟁 가능 (부산~로테르담 운송기간에서 해운은 약 32일, 철도는 약 22일 소요) △ 강원북부 접경지역 경제발전 유도 및 청년일자리 창출 가능(동해선 강릉~제진 사업추진 시 생산유발효과 약 5조7000억원 중 2조9000억원 조성 등 접경지역에서 발생)의 잇점이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