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화순 기자] 달 항아리는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미술사학자 고(故) 최순우 선생은 “흰빛의 세계와 형언하기 힘든 부정형의 원이 그려 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을 모르고서 한국 미의 본바탕을 체득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며 백자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찬미했다.
3차원의 달 항아리를 2차원의 캔버스 위에 작가적 사유와 조형적 독창성으로 그려온 작가 최영욱과 김연옥의 달항아리전 ‘채움’ 전시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위에서 10월2일까지 열린다.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는 'Karma'란 제목을 달고 있다. ‘연(緣)’ 혹은 ‘업(業)’으로 번역되는 제목 카르마(Karma)는 실타래처럼 얽힌 인연과 그 순환의 섭리를 품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달항아리를 그린 후 달항아리 표면에 빙렬(氷裂)처럼 보여지는 미세한 실선을 하나하나 그으면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사람의 삶은 의도대로 가지 않고 어떤 운명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나는 그 운명, 업, 연을 선으로 표현했다. 그 선을 긋는 지루하고 긴 시간들이 나의 연을 생각하는 시간들이었다.”
작가는 달항아리 위에 빙렬을 표현하면서 오랜 세월 만났다 헤어지고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는 자신의 인생길을 표현한다. 작가는 본인이 그리는 달항아리를 통해 달항아리처럼 살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냈다.
연옥 작가의 달항아리는 자신에 대한 사색에서 탄생했다. 여주에서 도자기 공장을 운영했던 선친을 따라 도자기를 만들고, 유약을 바르고,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이 숙명처럼 달항아리를 작품에 담게 했다. 달항아리에 그림을 그렸던 시절을 거쳐 7년 이상 캔버스 위에 달항아리를 그리고 있다.
김연옥 작가의 작품은 ‘겹’ 시리즈다.
“천을 겹쳐서 붙인다고 단순한 겹이 아니다. 그 안에서 물감을 여러 번 올리고 천도 계속 올리고, 누적된 시간과 공간, 역사를 담아서 표현한다. 누적된 층을 이야기해서 ‘겹’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연옥 작가는 접은 면천 조각을 캔버스에 균일한 간격으로 수 겹 붙이고 그 위에 달항아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선을 세우고, 색을 쌓는 반복과 중첩의 과정 속에서 전통적 이미지와 현대적 기법이 조우해 달항아리의 새롭고 독특한 미감을 완성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