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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과사람] 빅토리아 여왕 위해 마취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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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전문의의 흥미로운 의학역사서 <메스를 잡다>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네덜란드의 현직 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역사의 일상에서 일어난 의학적 사건을 28개의 이야기 로 엮어 수술사의 변곡점들을 흥미롭게 보여 준 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의학적 에피소드를 통해 당대 의학의 수준, 시대적 배경, 의학적 설명과 묘사, 기술의 발달 과정 등을 담았다. 

‘포피’로 7년간 부부생활 못한 루이 16세

16세기 이탈리아 토리노의 전쟁터에서 잠을 청하던 한 군의관은 환자들의 비명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총상 환자를 치료해 본 경험이 없었던 그는 어느 책에 서 화약의 독성을 없애려면 상처 부위에 끓인 기름을 부어야 한다는 내용을 보고 피로 범벅이 된 환자의 살에 기름을 떨어 뜨린 참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밤새 그토록 괴로 워했던 환자들이 끓는 기름으로 치료를 받은 병사들이었다는 사실을 안 그는 두 번 다시 상처에 끓인 기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상 식’이 ‘전통’에 가려졌던 암흑기를 넘어 현대적인 외과 수술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딛는 순간을 잘 보여 주는 이 일화는 오늘 날 위 대 한 외 과 의 사 로 기 록 되 는 앙 브 루 아 즈 파레 (1510~1590)의 이야기다. 

이 책은 손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칼 쓰는 일이 일상인 사람 들, 의학 드라마에서 흔히 ‘서전(surgeon)’이라고 불리며 화 려한 수술 실력을 선보이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생명을 다루 는 막중한 책임감을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가리곤 하는, 흥미 로운 존재들인 외과 의사들과 기꺼이 또는 예기치 않게 그들 의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암살범이 쏜 총에 맞아 뇌의 일부가 사라진 상태로 수술실 에 도착한 케네디 대통령과 그를 맞은 의사들의 긴박감 넘치 던 수술 현장, 포피(귀두를 덮고 있는 살갗)에 생긴 문제를 해 결하지 못해 7년이 넘도록 마리 앙투아네트와 진정한 부부가 되지 못했던 루이 16세, 특이한 병과 사인으로는 따라올 자 없 었던 교황들의 연대기, 출산의 고통을 참지 못해 수술에 마취가 도입되는 결정적 계기 를 만들어 낸 빅토리아 여왕, 엄지발가락에 생긴 상처와 종양 때문에 유명을 달리하게 된 음악가들인 장 바티스트 륄리와 밥 말 리, 대동맥류에 걸리고도 예상보다 7년을 더 살아 ‘수술의 상대성’을 몸소 보여 준 아 인슈타인 등 보통의 역사서라면 주목하지 못했을 순간들을 담았다. 

‘수술의 상대성’ 보여준 아인슈타인 

‘역사 자료’, ‘인터뷰’, ‘언론 보도 내용’, ‘해당 인물의 전기’, ‘그들에 관한 여타 기 록’을 바탕으로 구성한 사실들에 외과의로 서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더했다. 질식, 쇼 크, 비만, 장루, 골절, 치루, 정맥류, 복막 염, 마취, 괴저, 거세, 폐암, 뇌졸중 등 갖 가지 질병을 치료하고자 했던 외과 의사들 의 분투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데다 수술 장면은 마치 영상 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몇몇 장은 추리소설을 연상시키는 서스펜스를 담고 있다. 

또 정확한 비유와 수술과 관련된 친절한 설명을 더해 독자 들의 이해를 돕는다. 수술의 역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몸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그리고 그 기능이 유지될 수 있 도록 외과 의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에 관한 내용도 포함하 고 있다. 특히 저자는 외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자 조적 평가를 동시에 견지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마취도 없이 팔다리를 절단하던 시대 를 지나 최첨단 뇌수술이 이루어지는 오늘날, 그리고 먼 미래 까지 수천 년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선보이는 이 책은 흥미진 진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의학 역사서다. 단순히 유명 인 물들의 일화 모음을 넘어 수술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보여 주 는 면에서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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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총선 불출마·낙천·낙선 국힘 의원 격려 오찬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 불출마·낙천·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격려차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24일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초청해 비공개로 오찬을 함께하며 "우리는 민생과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밝혔다. 김수경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당과 국민을 위해 헌신해온 의원들을 격려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오찬 모두발언을 통해 통해 "나라와 국민, 그리고 당을 위해 애쓰고 헌신한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민생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했다. 이어 "현장 최일선에서 온몸으로 민심을 느낀 의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의 도리"라며 "국회와 민생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온 여러분들의 지혜가 꼭 필요한 만큼, 여러분들의 고견을 많이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참석 의원들의 선거 패인 분석, 제언이 이어졌는데, 쓴소리도 여과없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말없이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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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산림과학자의 집념과 끈기가 밝혀낸 아픈 역사의 민낯 <전나무 노거수는 일제의 신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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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진정한 리더는 용장 지장 아닌 소통 능력 갖춘 덕장이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용산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한 4·10 총선 결과에 대해 “취임 후 2년 동안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총선 참패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고, 192석을 차지한 야당을 향한 대화나 회담 제안 등이 없어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불통대통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여당의 총선 참패는 한마디로 소통부재(疏通不在)와 용장 지장 스타일의 통치방식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평가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정부는 출범 2개월만인 2022년 7월부터 각종 여론조사기관 조사결과 윤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40%이하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적 평가가 40%이하로 떨어진 시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 3개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년 10개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2년 5개월이었던데 비해 윤대통령은 2개월로 가장 짧았다. 윤정부 출범하자마자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대형사건들이 없는데도 역대 가장 빠른 민심 이탈의 이유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