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 4·3 보궐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승리를 나눠 가졌다. 표면적으로 보면 여야 1:1 무승부라 볼 수 있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의원을 포함해 5곳의 선거구 중 한 석도 가져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빨간불 켜진 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은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3곳(전북 전주시 라, 경북 문경시 나·라)에서 치러진 기초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전패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예타 면제 사업 등 지역 개발 사업을 통해 부울경 지역에 공을 들였을 뿐만 아니라 이번 보궐에도 통영·고성에 전폭적인 예산 지원을 약속했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청와대 인사검증 실패 및 대변인 투기 논란 등 잇단 악재로 인해 표심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더욱이 보수색채가 강한 부산·경남(PK)뿐만 아니라 여권의 텃밭으로 꼽혀온 전북 전주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평화당에 빼앗겼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 당은 이번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고개 숙였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들에게 정말 겸손하게 다가가야겠다는 자성의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통영·고성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과 창원성산 단일화 승리를 자평하면서도 "1년 남은 총선 전 매운 예방주사를 맞았다. 민심이라는 호랑이 등에 탄 심정으로 절박하게 촛불개혁의 성과를 내는 데 힘을 다 쏟겠다"고 다짐했다.
기동민 의원은 "집권여당의 재보궐선거는 항상 무덤이었다"며 "그런 과정에서 보면 저는 이번에 국민 여러분들께서 민주당에게는 경고등을 확실하게 켰다"고 진단했다.
이어 "민생경제가 어렵지 않나. 그 어려움에 대한 간절하고 절박한 국민 여러분들의 호소였다고 생각한다"며 "그 결과는 결국은 기초선거를 포함해서 우리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한 결과로 귀결됐다"고 말했다.
또 이번 보궐선거를 이끈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심의 바다는 여당에 대해 항상 평온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실감했다"면서 "더 잘 하는 쪽보다는 더 잘못한 쪽을 정확히 찾아서 회초리를 들었다고 본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다"고 반성의 메시지를 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민주당의 내년 총선 전략에는 빨간불이 들어오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생각보다 냉정해진 PK 민심을 놓고 동진 정책의 수정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 국정쇄신과 당청관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치러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이 같은 당심이 어떻게 담길지 주목된다.
터닝 포인트 마련한 자유한국당
반면 자유한국당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통영·고성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해 수월하게 이긴 반면, '진보정치 성지'로 불리는 창원 성산에서는 범여권 단일화에 나선 정의당 후보에 석패했다. 그간 민주당의 동진 정책에 서서히 밀려나며 PK(부산·경남) 선거에서 고전했던 한국당이 이번 보선을 계기로 내년 총선의 역전을 기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는 '험지'나 다름없는 창원 성산에서 '원룸살이'를 하며 보선을 진두지휘한 황 대표의 리더십과 당 차원에서 총력을 쏟은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중론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진보의 성지라고 하는 창원 성산에서 사상 유례 없는 여야 단일화까지 하고도 초박빙의 결과가 나온 이유가 결국 무엇이겠냐"면서 "더 이상 이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나. 잘못된 정책을 당장 수정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선거 결과를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정권이 폭정과 실정을 거듭한다해도 우리가 대안정당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의 더 큰 지지를 받아내기 어렵다"며 "민생정당, 대안정당, 싸워 이기는 정당으로 우리 당을 더욱 가열차게 혁신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이번 재보선은 정부·여당의 오만에 대한 국민의 경고이자, 국민들은 한국당에는 새로운 기회를 줬다고 생각한다"며 "낮고 겸손하게 전진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삶의 현장에서 고통 받고 계신 국민들의 절절한 호소를 잊지 않겠다"며 "국민의 삶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오직 국민 속으로 직진하겠다"고 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예타 기준 완화라고 하지만 제도 개선이라기보다는 총선용 예타로 보여진다"며 "앞으로 정부가 임의로 예타 면제할 수 있도록 한 국가재정법 관련조항을 삭제하고, 특히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예타 강화를 명문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권 심판론'을 이번 선거의 핵심 구호로 내세웠던 한국당은 보다 강력한 대여공세에 나설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첫 선거를 비교적 무난하게 치른 황교안 대표의 입지가 보다 공고해짐에 따라 내년 총선도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