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최근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이 여당에 공개적으로 ‘비례대표 자리’를 요구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자유한국당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30일 외식업중앙회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단체 회장의 ‘여당 비례대표 요구’를 의식한 듯 “저는 사실 외식업중앙회하고 굉장히 친하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아닌가' 요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여러분들께서 정말 2~3명 종업원 두고 계시다가 혼자 하시는 일이 늘어나고 이런 식으로 (경제가) 거꾸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푸드 서비스 선진화’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 지지도 호소했다. “자유한국당이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잘 기조를 잡아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러려면 조금 힘을 보태주셔야 할 것 같다”며 “외식업중앙회가 최근 유명해지셨는데 앞으로 더 긴밀히 소통해서 외식업중앙회를 위한 정당으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기총회에는 이명수, 임이자, 김현아 의원 등 다수 한국당 의원들이 동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참가해 양 측에서는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벌어졌다.
전날 조선일보는 제갈창균 외식업중앙회 회장이 28일 단체 산하 중앙교육원을 찾아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의하면 제갈 회장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도왔으니 내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외식업중앙회에) 꼭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제갈 회장은 “지난 대선 때 20만 진성당원을 만들어서 국회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 기자회견도 하고, 5대 일간지에 1억원 들여서 지지 성명도 했다”며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저희 단체에서 (민주당에) 신청했는데 김종인 대표가 배신했다. 이런데도 왜 민주당은 저희에게 관심을 안 주시나”라며 ‘비례대표’를 재차 요구했다.
제갈 회장은 문 대통령 당선 후에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연합) 회장이 (최저임금 인상반대 집회를) 도와달라고 하는데 민주당 국회의원 세 분이 두 시간이나 저를 붙잡고 ‘굳이 집회를 하시느냐’ 해서 (동원 인원을) 3만명으로 줄이고 (외식업중앙회에서는) 8000명만 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동석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한 뒤 “비례대표 같은 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야당은 “제갈 회장이 지난 대선이나 4.3보궐선거 지원 대가로 이 대표에게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자리를 약속받는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반발과는 별개로 한국당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외식업중앙회 회원은 전국 80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근래 각종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에게 뒤쳐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한국당으로서는 이 단체를 놓칠 수 없는 입장인 셈이다.
제갈 회장의 입장 변화 조짐은 이날 나 원내대표의 외식업중앙회 정기총회 참석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 매체 보도에 의하면 제갈 회장은 ‘사전에 비례대표 자리를 약속받고 지난 대선에서 선거운동을 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어제 비례대표 얘기를 했더니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딱 끊더라. 최저임금 인상, 주휴수당 대편으로 우리가 어렵게 됐는데 민주당을 좋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