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국내 유수의 재계 인사들과 비공개 물밑접촉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월권’ ‘국정개입’ 논란에 이어 ‘묵시적 청탁’ 의혹까지 발생하고 있다.
김 여사는 20일 내노라하는 국내 대기업의 CEO급 인사들을 청와대에 비공식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이날 일부 언론이 이를 보도하자 청와대는 뒤늦게 이를 공개했다.
청와대는 김 여사가 이 자리에서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격려했다며 정치적 발언, 금품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갑(甲)의 위치일 수밖에 없는 영부인이 재계 인사들을 은밀히 불러모은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반론이 나온다. 영부인은 국정개입 권한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보는 이의 눈에 따라서 위임받지 않은 통치행위, 위임받지 않은 권력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김정숙 여사 소식’ 게시판이 별도 운영되고 있다.
김 여사는 작년 1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없이 홀로 인도를 방문하면서 ‘대통령 휘장’을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청와대가 공식업무였기에 사용했다고 반박하자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헌법 68조를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대통령직은 주변 가족, 측근들의 월권, 전횡, 사유화 등으로 역사의 비극을 야기했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묵시적 청탁’ 의혹도 발생하고 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비공개로 만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2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오른 조선일보 기사 댓글에서 시민들은 “묵시적 청탁인 건 알겠지(talr****)” “묵시적 청탁 어쩌구 하던 말이 엊그제다(jooe****)” 등 의혹, 성토를 쏟아냈다.
‘묵시적 청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등장한 전무후무한 ‘신개념’이다. 쉽게 말해 ‘말이나 글로 청탁하지 않았어도 눈빛만으로도 청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텔레파시 청탁’ ‘초능력 청탁’ 등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각에서 형성됐다.
대법원은 오는 7~8월 국정농단 사건 심리를 종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묵시적 청탁’ 혐의를 인정할 경우 이는 판례로 남게 돼 향후 사법부 재판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될 수 있다. 김 여사도 ‘묵시적 청탁’ 혐의로 고발당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청와대 측은 ‘묵시적 청탁’ 의혹을 강력부인했다.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김 여사는 ‘참여형 영부인’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헌법에는 영부인 역할, 책임, 보수 등을 규정한 내용이 없다. ‘영부인’도 공식직함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