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對北) ‘광폭행보’ 앞에서도 일부 지지층 여론을 의식해 비판을 자제한 자유한국당 인내심이 ‘미북(美北) 판문점 회동’ 앞에 폭발했다.
황교안 대표는 1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3주 내에 (북핵 폐기) 실무협상을 시작한다고 한 건 교착상태인 북핵 협상을 타개할 좋은 신호”라며 “협상이 순항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북한 단거리 핵탄도미사일 KN-23 사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문제시했다.
황 대표는 “어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보면 미국은 철저히 자국안보에만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북한) 단거리 탄도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적) 언급은 전혀 없었다. 북한의 직접적 피해자인 한국 안전에 대한 형식적 의지 표명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스스로 안보, 국방을 챙기지 않는다면 북한 통미봉남(通美封南.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한다) 전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사이에서 또다른 차원의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며 ‘한국 자유진영 퇴출’ 가능성을 우려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단거리이기 때문에 (미국은 안전하기에) 괜찮다’는 취지의 말씀을 했다”며 “(KN-23은) 우리 국민, 국토를 직접적으로 사정권 안에 두는 무기다. 그런 무기가 미국 본토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일 아닌 듯 말하는 현실은 심각한 위기”라고 강조했다.
전날인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깜짝 회동 이벤트’를 열고 김정은의 KN-23 사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단 질문에 “거의 대부분 국가가 소형미사일을 발사한다. 김정은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발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 정계는 여야를 초월해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을 성토하고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에 의하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은 “단지 사진촬영용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진정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민주)은 “트럼프는 미국 국가안보, 이익을 희생시키면서 독재자(김정은)를 애지중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훌리안 카스트로 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민주)은 “세 번이나 성과 없이 독재자를 만나면서 김정은을 주목받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공화당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마이크 라운즈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미북정상회담 등에 대해 작년 9월 “비핵화를 더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4월 미 국영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도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증거조차 없다”고 꼬집었다.
라저 위커 상원의원은 “북한 비핵화 성공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친(親)정부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다.
역대 미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광폭행보 배경에 ‘TV쇼 진행자 출신의 관심병’ ‘노벨상 수상’ ‘자국 우선주의’ 의도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근래 러시아 미 대선개입 게이트 특검에서 면죄부를 받았지만 그가 ‘러시아 간첩’이거나 최소 러시아 정부에 ‘약점’을 잡힌 것 아니냐는 주장이 지금도 나오고 있다. 특검 발표내용도 의문점이다.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죄 조작을 위해 수사에 개입했지만 위법은 아니라는 애매한 판단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반발에도 불구하고 ‘북한 미사일은 위협이 안 된다’와 같은 러시아, 중국, 북한 3각 군사동맹 입장과 거의 비슷한 주장을 펼쳐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번 판문점 회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 체제를 보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 등 백악관 매파는 판문점 회동에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볼턴 보좌관을 겨냥해 “전쟁광들은 역겹다”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