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오주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의외의 ‘복병’이 등장했다. 그간 친(親)민주당계 성향으로 알려졌던 인터넷매체 뉴스타파의 녹음파일 폭로 앞에 윤 후보자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
8일부터 시작해 9일 새벽까지 진행된 청문회에서 야당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윤 후보자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현 법무부 검찰국장 친형인 윤 전 서장은 2013년 육류 수입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가 체포돼 강제송환됐다. 그러나 끝내 무혐의로 풀려났다.
윤 후보자는 검사 신분으로 피의자인 윤 전 서장에게 변호인을 소개한 의혹을 샀다. 변호사법 37조는 재판, 수사업무 종사자는 직무상 관련 있는 법률사건을 특정변호사에게 소개·알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건 당시 대검 중수부 출신 이남석 변호사를 윤 전 서장에게 소개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자정 무렵 뉴스타파는 윤 후보자의 2012년 인터뷰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통화에서 “일단 이 사람(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가 필요하겠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며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 변호사보고 ‘일단 네가 대진이에게 얘기하지 말고 (중략) 윤 전 사장을 만나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이남석이한테 (윤 전 서장에게) 문자를 넣어주라고 그랬다. ‘윤석열 부장이 보낸 이남석입니다’ 이렇게 문자를 넣으면 너한테 전화가 올 거다. 그러면 만나서 한 번 얘기를 들어봐라”고 했다.
뉴스타파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관련 의혹 등을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보도를 두고 홈페이지에는 구독취소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윤 후보자는 당초 의혹을 부인했다. “법적으로 문제되는 건 변호사를 (내가 윤 전 서장에게) 선임시켜주는 것”이라며 “제가 변호사를 선임시켜준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반박했다. 윤 국장은 9일 이 변호사는 자신이 중수부 과장으로 있을 때 윤 전 서장에게 소개했다며 윤 후보자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윤 후보자를 적극 엄호한 여당에서도 사과 요구가 나왔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가 볼 땐 좀 잘못하신 것 같은데 기억만 갖고 말씀하신 건 좀 (안 될 것 같다)”며 “오해가 있을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사과하시고”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는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고개 숙였다.
윤 후보자가 사과는 했지만 ‘오해’라며 의혹을 여전히 부인하는 가운데 야당은 부적격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윤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