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4.10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정치

남한산성 아이들의 가르침

URL복사




『강자가 약자에게 못할 짓이 없고, 약자가 살기 위해 강자에게 못할 것이 없다.』
영화로도 흥행한 소설 <남한산성>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처절하다.


결사항전을 주장한 예조판서 김상헌은 “청(淸)군 첩자를 건네준다”는 늙은 사공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린다. 먹고살 배삯을 받기 위해 강자에게 못할 짓이 없었던 약자에게 또다른 강자(망국 직전의 대신이라도)는 못할 짓이 없었던 것이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은 끝이 없고, 그래서 절대강자란 없다.
예판의 군주인 인조가 청 황제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찧은 치욕의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도 살기 위해선 못할 일이 아니었다.


청의 강자 행세도 300년을 못 갔다. 아편전쟁에서 대패하고 영국에 홍콩을 100년 동안 내주어야 했고, 중일전쟁으로 일본에게도 씻을 수 없는 굴욕을 당해야 했다. 패망한 일본도 살아남기 위해 미국에 못할 것이 무엇이 있었으랴. 그리고 미국이라고 언제까지나 최강자일 수 있을까.


역사가 오늘의 우리에게 알려주는 진실은 강자도 약자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리라.


남한산성은 세계문화유산답게 그런 진실을 일깨워주는 곳일지 모른다.
“강자도 언젠간 더 강한 자에게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역사의 진실을.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의 이야기다.


아이들은 강자의 논리로 약자를 괴롭히지도, 약자의 논리로 굴복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강약(强弱)보다는 친구가, 승패(勝敗)보다는 놀이가 마냥 좋을 뿐이다.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워즈워드의 시(詩)는 반복되는 영욕의 역사를 알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을 꾸짖는 말일 것이다.


‘남한산성 나라사랑(호국)문화제-전국 학생 글짓기 및 그림그리기 대회’는 그래서 소중하다. 어느덧 열여섯 해를 맞게 된 것도 여전히 순수한 마음으로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있어서다. 영원한 강자는 때묻지 않은 아이들이다.


미중, 북미, 한일 간 갈등과 분쟁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이때 아이들 이야기를 문화제 시상식에 맞춰 커버스토리로 ‘모신’ 이유도 그래서다. 자만한 강자와 비굴한 약자의 미래를 역사는 이미 숱하게 보여주지 않았던가.


남한산성은 ‘전쟁의 과거’이지만, 그곳에서 글을 짓고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평화의 미래’다.
꿈을 ‘그리고’ 희망을 ‘쓰는’ 아이들은 모두 미래에서 온 거장(巨匠)이고 문호(文豪)다.


강약과 승패에 연연하는 우리 어른들은 잠시라도 그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남한산성>의 마지막도 아이다. 바로 적군 첩자를 건네주다 죽임을 당한 늙은 사공의 손녀다. 이제 대장장이는 무기 대신 농기구에 망치질을 하고, 소녀는 연을 날리러 동무들 속으로 뛰어간다. 언제 그런 강약의 승패가 있었냐는 듯.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중선관위, 투·개표소 시설물‧투표지분류기 작동 최종 점검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국 1만4259개 투표소와 254개 개표소에 대한 불법 시설물 점검과 투표지분류기 최종 모의시험을 실시한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종로 일대 투표소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 한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종로 1·2·3·4가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투표소 준비 상황을 보고받고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열기가 엄청 강하다"며 "모두가 힘을 합쳐서 투표가 질서있게, 공정하게, 또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한 총리는 올해 처음 도입된 수검표 제도 등을 언급하고 "선거관리위원회, 경찰청, 소방서, 우리 행정안전부 같이 긴밀하게 협력해서 조그만치의 차질도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10일 투표가 최종 마감되면 투표함은 투입구를 봉쇄하고 특수봉인지로 봉인해 투표관리관·투표참관인이 경찰공무원의 동석하에 개표소로 이송한다. 각 구·시·군선관위에서 보관하고 있는 관내사전투표함과 우편투표함의 경우 선관위 직원이 정당추천 선관위원과 개표참관인, 경찰공무원과 함께 개표소로 이송하게된다. 또 개표절차가 시작되면 51.7cm에 이르는 비례대표선거 투표지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파열 위험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스텐트 시술로 예방하면 안전
[시사뉴스 이용만 기자] 심장 혈관 내부에 지방이나 염증 등의 이물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는 심한 경우 갑자기 파열돼 심근경색이나 급사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Vulnerable Plaque)’ 환자의 기본적인 치료는 항혈전제·고지혈증 치료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유일했는데, 그럼에도 갑작스러운 파열로 인한 심근경색의 발생을 막기는 쉽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이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예방적으로 스텐트 치료를 하는 것이 약물치료에 비해 더욱 효과적이라는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를 심장 분야 최고 권위의 미국심장학회에서 8일(월)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약물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간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을 비교한 전 세계 첫 번째 연구인 만큼 세계 심장의학 전문가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은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 1,606명을 대상으로 약물치료집단과 약물치료에 더해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으로 나누어 치료 결과를 최대 7.9년간 비교 분석했다. 그

문화

더보기
로운 타입의 역사 여행서 <당일치기 조선여행>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올봄, 핫플레이스 투어에 지쳤다면 조선의 궁궐로 떠나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궁은 작고 멋이 없다’, ‘조선 5대 궁궐을 정확하게 모르겠다’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지식 가이드 투어 회사 트래블레이블이 ‘당일치기 조선여행’을 출간했다. 여행 전문 출판사 노트앤노트와 함께 만든 이 책에는 2만여명이 검증한 트래블레이블의 서울 역사 투어 14개를 압축해 담았다. 가이드의 안내로 유적지를 둘러본 사람이라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선조들의 이상이 담긴 경복궁부터 ‘가장 아름다운 궁궐’ 창덕궁, 창덕궁과 함께 ‘동궐’이라 불린 창경궁, 잊혀진 황제 고종의 궁인 덕수궁 그리고 조각난 궁궐 경희궁까지, ‘당일치기 조선여행’과 함께라면 우리 역사의 주요 인물을 따라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서울은 지난 600년간 우리 역사의 중심 무대로 자리했다. 이 책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저자 박시백 화백의 추천사처럼 “풍부한 자료 연구와 현장 답사로 빚어낸 서울 여행 안내서이자 서울 역사 소개서”이기도 하다. 책의 구성 또한 서울의 또 다른 이름, ‘한양’과 ‘경성’ 두 파트로 나뉜다. 한양의 낮을 지나 경성의 밤으로

오피니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