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영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최초로 실시해 40%대 국가 채무비율이 깨지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안 없는 찬성론이 앞서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를 기준으로 선별적 지급을 선택한 반면, 더불어 민주당이 모든 국민 지급을 요구하면서 엇박자를 내자 청와대가 나서 강권적으로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소득 하위 70% 지급액의 정부 부담금은 7조 6,000억 원으로 올해 성장률에 0.097∼0.114%p 기여하고, 국민 지급을 실시하면 정부 부담금은 14조 3,000억 원으로 0.249∼0.283%포인트 성장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현 경제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긴급재난지원금이 경제성장을 끌어내는 마중물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40% 국가 채무비율 무너지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국가 채무비율을 40% 초반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가 ‘관료 적폐’라는 오명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고 결국, 홍 부총리는 집권여당과 통수권자의 의지에 따라 한 발 물러섰다.
정부가 올해 3차 추경까지 시행할 계획이어서 국가 채무는 819조 원에서 850조 원으로 치솟고 국가 채무비율은 41.4%에서 44%대로 급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가 국가 재정건전성에 목을 메고 있는 것은 재정 여건이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다는 불확실성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출산율 0%로 인한 인구절벽의 가속화, 초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국가 채무가 증가하는 상황과 남북의 정치적 상황에 따른 변수, 국제적인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재정건전성을 확보 이유로 꼽고 있다.
재정건전성 40%대 붕괴는 시작과 끝이 아닌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처음 시작이 어렵지 막상 전례를 만들어 놓으면 유사한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는 현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역대 정권들로부터 폭탄 돌리기 형태로 이어져 왔다.
실제 국민연금 제도가 처음 도입돼 시행됐을 때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현재 기금 고갈이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어 국가가 합법적으로 떼어가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1988년 소득의 3%를 내고 60세부터 평균소득의 70%를 지급하는 방식의 국민연금 제도가 인구고령화로 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들이 속속 나오면서 불신감을 키우기도 했다.
대한민국 인구가 있는 한 기금이 고갈될 염려는 없지만, 대신 국민 부담은 커지고 애초 국가가 약속한 대로 지급율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연금 수령 연령은 백세시대에 맞게 달라질 수 있다.
재정 복안 없는 재정지출 결국 시한폭탄
친문 인사로 알려진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채 발행에 주저할 때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으로 국가채무비율을 늘려도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지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5개국의 정부 부채 비율 순위 그래프까지 첨부하면서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선진국 대부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100%가 넘고, OECD는 재정건전성의 기준을 60%, 국제통화기금(IMF)는 85%로 보고 있어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우려'가 설득력이 없다고 질타했다.
기재부가 주장하는 국가 채무비율 40% 유지에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새천년민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를 겨냥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마지노선으로 40%를 주장한데 연유하고 있다.
김 지사는 “경제 위기에 정부가 빚을 지지 않으면 국민이 빚을 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견인했던 장하성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지난달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유지에 대해 강박 관념을 가진 관료의식으로 평가절하했다.
장 교수는 “정부 재정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게 건전한 나라”라고 강조하면서 “OECD도 한국이 재정을 통해서 돈을 더 써도 된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국가 채무비율의 현황을 보면 2010년을 제외하고 전년대비 1%에서 3% 부채 비율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부채비율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증가하는 국가 부채비율의 맹점은 재정이 지금까지 세수로 충당돼 왔기 때문에 결국 당장에 지출하더라도 언젠가는 국민이 갚아야 하는 채무가 되는 것이다.
재정 위기를 초래한 정부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지 않는 이상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치적을 위한 재정 복안이 차기 정부에 대물림되는 빚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