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혜은 기자]
정부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이상적인' 생활 속 거리두기를 공식 메시지로 내놓고 있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사람들의 활동만 부추기고 방역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역효과와 혼란이 초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뉴시스 취재진이 현장취재를 한 결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소재 코인노래방에 입장할 때 허위정보를 기록해도 입장이 가능한 등 생활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5월초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이후 수도권 중심 산발적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례가 그 예다.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은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전에 전파가 일부 발생했지만, 2차 이상의 N차 전파는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 이후에 가속화 됐다.
또 쿠팡 물류센터, 종교 소모임, 양천 탁구클럽, 미등록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등과 같은 집단감염은 생활 속 거리두기 와중에 방역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벌어졌다.
지난 1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 확진자 중 종사자는 1명밖에 없었고, 이마저도 부인에게 감염이 전파된 사례라고 밝혔다. 마스크를 쓰는 등 방역 수칙만 준수하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코인노래방이나 유흥시설 등의 이용자와 종사자는 같은 기준을 놓고 판단해선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종사자는 밀접하게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나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밀접한 상황에서 대화나 노래를 통해 비말이 전파되는 상황에 맞닥뜨린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 속에서 서울시는 지난 15일부터 룸살롱 등 일부 유흥시설의 집합금지 명령을 단계적으로 집합제한 명령으로 완화했다. 이튿날인 16일 서울 유흥시설에서 곧바로 확진자가 발생했다.
최원석 고려대학교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국은 생활 속 거리두기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같다고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밖에 나가도 된다는 건지, 집에 있으라는 건지 헷갈린다"며 "메시지에 혼선이 있으면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방역 준수도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정부 내에서의 메시지 혼선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가 유흥시설의 집합제한 명령 전환을 발표한 것과 관련,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6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를 완화하면 재유행이 발생하듯이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도 유사한 양상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치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도 "해당 지자체의 판단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방역에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협력하겠다."고만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룸살롱에서 민원도 많았을 거고 서울시도 고민이 있었겠지만 방역당국과 메시지가 꼬인 것"이라며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든 영역이 있을텐데 그런 영역들을 어떻게 할지는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거다. 다만 수도권의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아직은 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