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혜은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중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의 비율이 한달여 만에 11%를 넘겼다.
깜깜이 환자가 발생했다는 건 이들과 접촉했거나 관련된 집단감염도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이 하루가 아닌 2주간 30~50명 깜깜이 환자 발생에도 긴장하는 건 그래서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7월30일 오전 0시부터 8월12일 오전 0시까지 최근 2주간 신고된 463명의 확진자 중 감염경로 미파악자는 53명으로 전체의 11.4%에 달한다.
감염경로 미파악자 비율이 11%를 넘긴 것은 지난 7월4일(13.2%) 이후 39일 만이다.
비율 증가는 해외유입 확진자 규모와 연관이 있다. 7월부터 이라크 현지 근로자와 러시아, 아시아 등에서 해외유입으로 인한 확진자가 다수 나타났다. 이들은 해외유입이라는 감염경로가 명확한 확진자들이다.
해외유입 확진자는 지난 7월25일부터 8월8일까지 60%대를 기록할 정도로 다수를 차지했다. 감염경로가 명확한 해외유입 확진자가 많다보니 감염경로 미파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13일부터 방역 강화 대상 국가를 대상으로 출국 48시간 이내 발급받은 음성 확인서를 반드시 소지하도록 했다. 또 이라크에 항공기를 보내 현지 근로자 365명을 귀국시켰다.
그 결과 해외유입 확진자는 8월12일 49.2%를 기록해 지난 7월15일 이후 28일만에 처음으로 50% 미만으로 감소했다.
최근 들어 비율뿐만 아니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 자체도 늘고 있다. 12일 확인된 감염경로 미파악자는 53명으로 지난달 24일 이후 19일 만에 처음으로 50명대로 증가했다. 7월25일 47명 이후 이달 7일 33명까지 감소했던 2주간 감염경로 미파악자는 8일부터 12일까지 닷새간 40명→41명→47명→46명→53명 등으로 증가 추세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있다는 건 그만큼 방역당국이 알지 못하는 감염원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제 방역당국은 감염경로 미파악 확진 환자가 지표환자(집단감염 내 첫 확진자)일 때 지표환자 1명만 감염경로를 '조사 중'으로 분류하고 나머지 관련 확진자들은 '집단 발병' 사례로 본다.
문제는 이런 깜깜이 집단감염은 역학적으로 연관성을 지닌 환자들이 다수 확진 판정을 받아야 역학조사를 통해 실체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 말은 다수의 환자가 진단검사로 양성 판정을 받기 전까지 지역사회 내에서 '조용한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산 영진 607호 선박 집단감염이나 김포 주님의 샘 장로교회 등은 미분류됐던 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집단감염이 뒤늦게 확인된 대표적인 사례다.
8월 들어 서울 강남구 커피전문점과 경기 고양 반석교회, 기쁨153교회 등에서 초기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12일에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롯데리아'와 관련해서도 전날 오후 6시까지 11명이 확진됐는데 아직 감염경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목표로 감염경로 미파악자 비율 5% 이내를 제시한 것도 그래야 추가 전파 통제가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목표치의 2배를 웃도는 상황이다.
7월 말부터 시작된 여름휴가, 전문가들은 인구 이동과 대인 접촉 증가로 인한 확진자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인구 이동이 늘면 그만큼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감염경로를 특정하기도 어려워진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미 국내에서는 조용한 전파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며 "휴가철에 이어 학생들의 방학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감염 위험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