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초등학생 형제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가 나 중상을 입고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아 오던 중 동생이 끝내 숨을 거뒀다.
"새집으로 이사 가서 행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형제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치료비 등을 기부한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빈소가 차례진 인천시 연수구 한 병원 장례식장에는 A(8)군의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가까운 일가친척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또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길'이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도 눈에 띄였다 외할아버지는 좋은 일도 아닌데 너무 이슈가 돼서 가족들이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애 엄마가 아이들을 방임했다 학대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실제와 다르다"라고도 말했다.
A군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 16분경 인천시 미추홀구 한 4층짜리 빌라의 2층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일어난 화재로 중화상을 입고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한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사이 집에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했다.
A군은 지난달 추석 연휴 기간 형 B(10)군과 함께 의식을 되찾아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지는 등 상태가 호전됐으나 A군이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화재 발생 37일 만인 전날 오후 3시 45분경 끝내 숨졌다.
B군은 온몸의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어 2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건강이 많이 호전된 상태다
빈소에는 전날 오후 8시경 A군의 담임교사가 첫 조문했으며 이어 오후 9시경에는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인천 동미추홀갑) 의원이 빈소를 찾았다.
A군의 작은할아버지와 이모, 삼촌 등은 허 의원에게 "좋은데로 아이를 보냈으면 좋겠다" "조용하게 장례를 치렀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허 의원은 조문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군이 숨지기 5일 전 이들 형제의 어머니를 면담하면서 전해들은 형제의 근황, 20일~21일 A군의 위독했던 상황 등을 전했다.
허 의원은 "A군의 어머니로부터 '동생은 추석 연휴 지나고 의식을 회복한 뒤 엄마도 알아보고 (유독가스를 많이 흡입해 가느다란 목소리로) '엄마'라고 부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형도 뛰어다니지만 못할 뿐이지, 팔 붕대는 벗었고 웃고 밥도 잘 먹어 이 정도면 아이들이 잘 회복해 새로운 집에서 아이들과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어머니의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는 직장을 걱정하면서 (직장만 잘 구한다면) 직장을 다니면서 애들을 잘 키워야겠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러던 와중에 동생이 잘못돼 엄마 상태가 말이 아니다"고 전했다.
또 "형도 지금쯤 동생이 숨진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늘 함께 였고 병원에서도 한 병실을 쓰면서 각별했던 형제였는데, 형도 굉장히 마음 아플 것으로 생각된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허 의원은 지난 20일 2번의 구토를 하고 숨쉬기 힘들어하다가, 21일 오전 다시 호흡곤란 와서 급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했는데, 호흡이 여전히 어려웠다고 한다"면서 "심폐소생술을 2시간30분에 걸쳐 했는데 결국 숨졌다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어머니는 나쁜 엄마가 아니고, 홀로 아이들을 어렵게 키우면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많이 있었다"면서 "위기 가정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때라는 것을 공감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천시 미추홀구의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는 형제의 사고 소식이 알려진 뒤 전날까지 모두 1천87명(단체 포함)이 이들 형제를 위해 써달라며 2억2천700여만원을 기부했다.
또 시민들은 서울에 있는 비영리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에도 A군 형제를 위해 써달라며 7천300여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