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미국사 연구에 헌신해온 저자는 선사 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방대한 미국사를 시대순에 맞춰 요약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와 외교라는 거대한 주제뿐 아니라, 민족, 인종, 성별, 종교, 문화적 성과 등 국가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세부 요소들도 간과하지 않았다.
선사 시대부터 21세기까지
1만 5,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에 지금의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로 ‘얼음 다리’를 건너온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높은 수준의 문명을 건설한 그들은 1500년경이 되면 북아메리카에서만 700~1,000만 명까지 늘어났다.
유럽인들이 그들과 만나는 건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였다. 이후 종교적 핍박을 피하거나 경제적 기회를 잡기 위해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와 식민지들이 늘어났다.
18세기가 되어 열세 개 식민지가 자리 잡으며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 유럽보다 가부장제는 약하고, 매우 다양한 기독교 분파가 만들어지는 등 역동적이고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였다. 정치 영역에서는 세금을 둘러싸고 영국과 충돌하게 됐다. 결국 1776년 7월 4일 독립을 선언했다. 이어진 독립 전쟁에서 영국을 상대로 승리한 미국은 근대적 공화주의를 표방한 헌법까지 제정하며 어엿한 신생국으로 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1800년대 미국은 최초의 부흥기를 경험했다. 새로운 주들이 연방에 편입되며 영토를 넓히고, 열강의 술수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 중립을 표방했다. 합중국은행과 합중국제2은행을 설립해 자본주의 발전의 기틀을 놓고, 실제로 전국에 각종 공장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중산층이 성장하자 각종 개혁 운동이 힘을 얻는다.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다
1800년대 미국은 북부와 남부로 뚜렷이 분열됐다. 결국 남부가 연방에서 탈퇴하며 남북 전쟁이 벌어졌다. 북부가 승리해 노예제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만, 인종주의는 이미 깊게 뿌리내린 뒤였다. 해방 노예를 임금 노동자로 흡수하며 자연스레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 미국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열악한 노동 조건 아래 수많은 노동자가 죽었다.
1900년대 이르러 갈등이 폭발했다. 노동자와 빈민층의 생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 운동이 들불처럼 퍼져나갔기에, 당시를 혁신주의 시대로 부른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극단적 애국주의가 횡행하는 등 사회가 경직됐다. 1930년대 대공황이 닥쳤다. 이 상황을 반전시킨 건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연합국의 승리를 이끈 미국은 대공황을 극복하고 국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해 새로운 패권국의 자리에 올라섰다.
이 책의 8, 9장은 20세기 중반 이후의 다사다난한 미국사를 전한다. 냉전이 시작되자 미국은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전쟁에 손을 뻗지만, 명백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 와중에 쿠바 미사일 사태 등이 불거져 핵전쟁의 공포가 극대화되고, ‘적색 공포’가 사회를 극도로 경직시켰다. 그렇지만 빈부 격차 문제, 인종주의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민권 운동은 오히려 활발해졌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1970년대 이후부터 복음주의 기독교가 대두하는 등, 문화적 보수주의의 물결이 거세졌다. 하지만 냉전이 갑작스레 끝나며 진보에 대한 확신과 낙관적인 분위기가 사회 곳곳에서 넘실거렸다.
하지만 9·11 테러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미국 최초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며 변화를 예고했지만, 정치적 반대파의 비협조로 이상과 현실의 격차만 재확인했다. 이처럼 미국은 역사 내내 전진과 후퇴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