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미현 기자] 삼성전자가 창사 53년 만에 첫 임금 협약을 노사 간 체결했다.
삼성전자와 노조 공동교섭단은 10일 경기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최완우 DS부문 인사팀장(부사장) ▲신인철 삼성전자 교섭대표(상무)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 김항열 위원장 ▲이재신 위원장 ▲김성훈 위원장 ▲손우목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교섭을 시작한지 10개월만이며, 1969년 창사 이래 '무노조 경영'을 이어온 삼성전자가 노사 간 임협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회사의 2021년, 2022년 임금 및 복리후생 조정 결과를 적용하기로 하고 명절배려금 지급 확대, 2022년에 한해 재충전 휴가 미사용분 보상 등에 합의했다.
노사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첫 임금협약 체결을 계기로 노사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선진 노사관계를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또 '노사상생 TF'를 구성해 직원들의 워라밸 및 근무만족도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 협의하기로 하는 등 상생의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2020년 5월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노조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 4곳이 공동교섭단에 참여하고 있다. 공동교섭단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역사상 처음으로 단체협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임금협상에서 노사는 사상 첫 파업 위기를 맞는 등 평행선을 달렸다.
노조는 지난해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 44개 항목의 '2021년도 임금·복지협상 요구안'을 사측에 제출했으나 양측의 입장 차가 컸다.
합의가 부결되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접수,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올해 2월 쟁의권을 확보한 후에도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연일 집회를 벌이면서 사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교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42가지를 양보하고 ▲급여체계 개선 ▲휴식권 보장 등 2가지 핵심 요구안으로 협상의 범위를 좁혔다.
사측도 노조의 5% 수준의 낮은 가입률에도 협상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인정하고,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이 직접 노조 집행부와 만나는 등 대화를 통해 이견을 좁혀나갔다.
결국 본교섭 11회, 실무교섭 20회 등 총 31차례 협상을 진행한 끝에 노사는 양보를 통해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