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올해 들어 최소 8명의 러시아 기업인들이 자살 또는 의문사로 사망했으며 이들중 6명이 러시아 최대 에너지 기업 2곳 소속이라고 미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너지 기업 소속 6명 중 4명은 러시아 국영 에너지 대기업 가즈프롬 또는 가즈프롬의 자회사 소속이며 다른 2명은 러시아의 대규모 민간 석유 및 가스 회사인 루코일 소속이다.
루코일사는 연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희생자를 애도하고 전쟁 중단을 요구했었다.
라비 마가노프 루코일 의장은 이번 주 모스크바의 병원에서 창밖으로 추락해 숨졌다고 루코일사가 지난 1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밝혔다. 성명은 마가노프가 "심각한 질환 끝에 서거했다"고만 밝히고 추락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루코일사의 또다른 최고 경영자인 알렉산데르 수보틴은 지난 5월 주술사를 방문한 것으로 보도된 모스크바 근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러시아 국영 TASS 통신이 보도했다. TASS 통신은 당국자들을 인용해 심장 발작으로 의식이 없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가즈프롬의 최고 경영자가 지난 1월30일 레닌그라드 인근 레닌스키 마을을 오두막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을 러시아 관영 RIA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RIA는 현장에서 자살임을 알리는 메모가 발견됐고 수사관들이 자살에 의한 죽음으로 보고 수사중이라고 보도했었다. 러시아 국영 RenTV는 숨진 사람이 레오니드 슐만 가즈프틈 투자사 수송 책임자라고 보도했다.
한달 뒤 가즈프롬의 다른 고위 경영자가 같은 마을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가 알렉산데르 튤라코브가 2월25일 자기집 차고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그가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가즈프롬의 경영자 2명이 지난 4월에도 자살로 숨졌다. TASS 통신에 따르면 그중 한 사람은 가즈프롬방크의 전 부사장인 블라디슬라프 아바예프로 4월18일 모스크바의 아파트에서 부인 및 딸과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됐다. TASS 통신은 수사 당국이 이들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간 전 가즈프롬방크 부사장인 이고르 볼로부에프는 아바예프가 자살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는 프라이비트 뱅킹을 담당했고 VIP 고객이 많았다. 관리하는 금액도 매우 컸다. 그런데 그가 자살했다고? 믿을 수 없다. 그가 뭔가를 알아채 위험한 존재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뒤인 4월19일 가즈프롬이 지분을 소유한 가스생산업체 노바텍의 전 경영자 세르게이 프로토세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 지중해 휴양지인 요레트 데 마르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의 부인과 딸의 시신에 폭행당한 흔적이 있었고 호화주택 안에서 발견됐다고 수사 당국이 밝혔다. 프로토세냐의 시신은 정원에서 발견됐다.
스페인 히로나의 카탈루냐 주경찰은 2일 수사를 종결하고 결과를 법원에 송치했다면서 경찰이 다중 살인에 이은 자살사건으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토세냐의 아들은 지난 4월 데일리메일에 경찰의 사건 수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아버지가 살해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카탈루냐 경찰 당국자는 "러시아 마피아가 저지른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태생 러시아 석유 및 가스 억만장자인 미하링 왓포드도 지난 2월 28일 영국 서레이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서레이 경찰은 의심스러운 정황이 없다고 밝혔다.
다른 러시아 기업인인 바실리 멜니코프도 지난 3월말 니즈니 노브고로드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고 러시아 신문 코메르산트가 보도했었다.
멜니코프는 의료장비회사인 메드스톰의 사주였다. 러시아 수사위원회는 43살의 남성과 41살인 그의 부인 4살과 10살의 자녀들이 3월23일 흉기에 찔려 숨졌다고 밝혔다. 수사위원회는 "수사관들이 자녀와 아내를 살해한 뒤 자살한 가능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