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나 상임위가 열리면 가끔 보는 풍경이 있다. 일부 총리나 장관(국무위원)이 국회의원과 말싸움을 하는 광경이다. 요즘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사위 의원들과 맞짱(?)을 뜨는 장면이 각종 매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여야가 바뀌었을뿐 비슷한 광경은 쉽게 볼수 있었다. 주로 국회의원들이 논리적 논거보다 감정을 앞세우다 보니, 장관을 압도하지 못하고 문전 객사하는 모습이 톱 뉴스가 되기도 한다.
8월 22일, ‘2021 회계연도 결산’을 위한 국회 법사위에서 최강욱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한동훈 장관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있을 수 없는 장면’이 벌어졌다. 한 장관은 최 의원과 실랑이 중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저는 저의 형사사건의 가해자인 위원님이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국무위원으로서 일국의 장관인데요. 그렇게 막말을 하십니까?”라고.
한 장관은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을 동급으로 생각하고, 국회 법사위를 형사사건을 다루는 검찰로 착각한 것 같다. 최 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4년간 권력을 위임받는 사람으로서 한 장관에게 국민을 대신해 질문한 것이다. 장관은 국회의원을 국민으로 생각하고 대답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맞짱’을 뜨는 것은 국민과 ‘맞짱’을 뜨는 것과 같다.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한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고, 4년간 권력을 위임 받았다. 반면 장관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직접 위임받은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은 헌법적 지위가 다르다. 국회의원과 ‘맞짱’을 뜨는 장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질타를 해야 한다. 그것이 헌법과 삼권분립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물론 막말을 한 국회의원도 크게 잘못됐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자로서 능력과 품위를 갖춰야 한다. 장관이나 피감기관 관계자들을 존중하고 대등한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피감기관 관계자의 지위고하를 떠나 인간으로서 자신과 대등하게 존중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과 제1장 총강,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 국회,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 제7장 선거관리, 제8장 지방자치, 제9장 경제, 제10장 헌법개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의 순서는 전문과 총강 이후 국가 운영의 핵심 요체를 의미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해 놓았다. 그래서 제2장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이고, 다음이 국회와 국회의원이다. 그다음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중앙정치인은 국회의원과 대통령뿐이다. 그래서 국회와 청와대를 ‘두 개의 권력(Two Power)’이라고 표현한다.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법적으로 국민을 대리하는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삼권분립의 정신에 기반하여 상호 협력과 견제의 관계를 유지한다. 특히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야 한다. 국가 운영 제도와 예산 등을 국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국민-국회의원-대통령’ 순으로 순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회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특정 정치세력이나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위헌적 행위이다. 국회의원이 여당이 되면 대통령의 이중대가 되고, 내각의 장관으로 입각하는 것도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개인과 정치 패거리를 위한 의정활동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 여야를 떠나 협력하고 견제하는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국민은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 대리자가 무능하고 권력을 남용하지는 않는지 지켜보고 있다. 피감기관인 장관의 오만함과 이를 묵인하는 대통령의 모습도 지켜보고 있다. 국회의원과 대통령 그리고 장관은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법적 지위와 역할을 스스로 잘 지켜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내일신문 기자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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