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새해 벽두가 되면, 지난해보다는 더 나은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개인과 나라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고,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기대한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흐름과 한반도 및 주변 정세, 매일 싸우는 정치권을 볼 때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올해는 정치적으로 큰 선거가 없는 해이다. 대신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꼭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것은 대결 정치의 근원인 승자독식 양당정치를 끝내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도록 선거법과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과 개헌이 시대정신이다. 21대 국회는 싸우는 정치를 끝내고 제7공화국의 문을 여는 역사적 대전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대선거구제와 개방명부형 비례대표제 도입
선거법 개정의 핵심은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와 적대적 공생관계인 양당정치 구조를 끝내고 협치가 가능한 다당정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 선거구에서 6~1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대선거구제’와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나누는 ‘개방명부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나누기 때문에 어느 정당도 과반의 의석을 얻기 힘들다. 대신 다양한 정당이 원내에 진입하고, 정책 실현을 위해 연대와 협치를 하는 다당제 정치구조가 만들어진다.
개방명부형 비례대표제는 사표(死票)를 방지하고 영호남의 의석 불균형도 개선할 수 있다.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 투표한 주권자 2874만1408표 가운데, 2등 이하를 선택한 43.7%인 1256만7432표가 사표가 됐다. 또 국민의힘은 영남지역에서 55.9%를 득표하고 65석 중 56석(86.2%)을 차지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68.5% 득표로 28석 중 27석(96.4%)을 싹쓸이했다.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6~11명을 선출하면 사표가 거의 사라지고, 영호남에서도 다양한 정당이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도 사표 방지 심리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정당에 소신껏 투표할 수 있다.
개방명부형 비례대표제는 ‘공천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도 매우 크다. 각 정당의 후보자 당선 순번도 정당이 아니라 주권자가 투표로 결정한다. 투표용지에 표기된 정당과 정당 후보 중 내가 원하는 정당과 후보에 투표하면, 정당별 당선자 수가 확정되고 후보자의 득표율에 따라 당선 순번이 결정된다. 공천권이 당 대표나 공천심사위가 아니라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에게 돌아간다. 밀실 공천과 공천권 싸움의 고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원집정부제와 책임정치 구현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권한을 국회 및 지방정부와 분권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와 나누는 이원집정부제(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 대통령은 세계경영과 외교‧안보에 집중하고, 총리가 경제·사회·교육 등 내치를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과 임무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 막강한 중앙정부의 권한도 연방 수준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 연임으로 바꾸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해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와 선거가 다르면 국정 운영 책임을 묻는 온전한 투표를 할 수 없다.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를 1년 줄여 2027년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는 결단이 필요하다. 2027년에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고, 4년 연임 이원집정부제 정부를 출범시키는 개헌을 꼭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36년이 지난 ‘87년 체제’인 ‘제6공화국 헌법’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독재 시대를 끝내고 민주화 시대를 연 공은 크나, 매일 싸우는 진영 및 대결 정치와 무소불위의 제왕적 대통령은 시대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 싸우는 정치를 끝내고, 협치를 구현하는 법과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올해 선거법과 헌법을 개정하고, 권역별 개방명부형 비례대표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고, 2027년 대선과 총선을 함께 치르고 4년 연임의 이원집정부제 정부가 출범되기 기대한다. 21대 국회는 시대의 소명을 다한 제6공화국의 문을 닫고, 제7공화국의 문을 여는 역사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국민행복과 나라발전을 위해 정치권을 잘 감시하고, 필요시 실력을 행사해야 한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내일신문 기자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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