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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돋보기】 뜨겁고도 차가운 로맨스 <6번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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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낭만적 기차 여행을 배경으로 그려낸 관계에 대한 성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무르만스크 행 기차의 ‘6번 칸’에 우연히 함께 하게 된 두 남녀가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변해가는 감정과 관계를 그린 영화. 제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을 비롯해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수상과 후보에 오른 화제작이다.

 

 

휴대폰, SNS, 구글 지도도 없는 여행

 

핀란드 유학생 라우라는 고대 암각화 유적지를 방문하기 위해 무르만스크 행 기차에 탑승한다. 연인과의 동행이 무산되고 예정과는 달리 혼자 기차 6번 칸에 탑승하게 된 라우라는 그곳에서 료하를 만나게 된다. 보드카에 취해 무례한 발언을 하는 투박한 료하로 인해 둘 관계는 긴장감이 흐르고 불안한 라우라는 피할 방법을 찾아보지만 그와 한 공간에 마주 앉지 않을 방법은 결국 없다. 관계에 서툰 두 사람은 6번칸 안에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핀란드 대표 작가 로사 릭솜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1980년대 소련의 모습을 담은 원작의 배경을 90년대 후반으로 설정하고 캐릭터들의 나이를 바꿨다. 기차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상대와의 로맨스물이라는 익숙한 구조지만, 관계에 대한 통찰과 시선이 신선하다. <비포 선라이즈>에 비하면 두 남녀의 관계는 설원의 드넓은 러시아 풍경처럼 거칠고 황량하며 현실적이지만 그 속에서도 90년대식 기차여행 로맨스물의 낭만적 감성과 코드들은 살아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휴대폰, SNS, 구글 지도도 없는 90년대 아날로그 여행, 캠코더로 촬영하고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으며 공중 전화로 연인에게 전화를 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추억에 빠지게 한다. 제작진은 필름 촬영과 오래된 조명들을 활용한 방법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표현해냈다. 음악 또한 90년대 감성을 물씬 자아낸다. 오프닝 파티 장면에서 사용된 록시 뮤직의 ‘Love Is the Drug’부터 프랑스 유명 가수 드시렐의 1986년 유로 팝 히트곡 ‘Voyage Voyage’까지 음악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여운을 남긴다. 기차 소음을 음악처럼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극적 분위기를 유도하는데 활용한 것 또한 효과적이고 영리한 장치면서 동시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추운 길 위에 따스한 순간들

 

90년대 감성은 단지 추억이라는 상품적 가치만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은 “90년대 후반에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답을 얻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 없었기 때문에 낯선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야 했다. 이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의존적이었다는 생각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아날로그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적 철학과 화법으로 이 시대에 무엇이 결핍됐는지를 돌이켜보게 한다. 동시에 여전히 아날로그적 기법이나 가치관이 유효한 이유를 설득한다.

 

 

모스크바의 기억은 캠코더로 기록됐을지라도 이미 도난당해버렸고, 좁은 6번칸의 기억은 서로에 대한 어설프지만 진심이 담긴 그림처럼 남는다. 목적지를 향하는 황량하고 추운 길 위에 따스한 순간 순간들은 유적이 된다. 그 기억이 1만년 전에 새겨진 암각화처럼 겉보기에 특별할거 없는 돌덩이 같은 것일지라도, 눈보라 속에서 희미해져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고 너무 멀어서 쉽게 찾지 못하는 곳에 서 있게 되더라도.

 

 

메시지를 설득시키고 감성을 공감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섬세한 표현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특히 료하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이며 유리 보리소프의 훌륭한 연기가 돋보인다. 두 사람의 관계의 변화를 포착하는 연출도 정교하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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