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도영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잠수사로서 구조 작업에 투입됐던 김상우(52)씨는 참사 9주기를 일주일 앞둔 9일 "한 시간이나 아이들을 배 안에 대기시킨 무책임한 행동을 지시한 누군가가 처벌받지 않는 한 물 속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며 "더이상 슬픈 잠수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밝혔다.
304명의 희생자들을 위해 물에 뛰어들었던 그 때를 다시 되새기기 위해 맹골수도를 찾은 김씨는 바닷물에 녹슬고 낡은 세월호 부표를 바라보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기에 이태원 참사와 같은 안전사고가 반복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군 복무 시절부터 참사 당시까지 30여 년 가까이 잠수사 생활을 했던 그는 1993년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이듬해 성수대교 붕괴 사고에도 투입돼 인명구조와 시신 수습 작업에 나섰다.
세월호 참사 당시 '옆집 이웃의 아들과 딸'을 구한다는 심정으로 차가운 맹골수도에 거침없이 뛰어든 그는 짐칸 수색 도중 떨어지는 짐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
잠수 경력의 마지막이었던 맹골수도는 그에게 있어 상처가 깊은 곳이지만, 아이들을 향한 커져가는 부채 의식은 그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좁은 객실에서 숨이 멎은 아이들을 수습했을 당시가 아직도 생생하다. 잠수사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큰 고통"이라며 "아이들 얼굴이 하나하나 눈에 떠올라 견디기 어려워 이날 추모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구조 당국이 선체에서 아이들을 구하기까지 시간이 충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저 선실에 대기시킨 이유는 무엇인지"라며 "무책임한 지시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정확한 진상규명만이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이다"고 강조했다.
김씨와 세월호 당시 맺은 인연으로 이날 선상추모식에 함께 참석한 동료 민간잠수사 배상웅(46)씨는 "추모식에 처음 참석한다. (참사 해역을 다시 찾은 이날) 당시의 음성과 냄새, 색깔이 떠올라 힘들었다"며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지난해부터 문득 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밝혀지지 않은 내용들과 이뤄지지 않은 진상규명·미흡한 책임자 처벌 절차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모두가 닮아있다"며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절차들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