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5월 18일이 돌아왔다. 군사쿠데타에 맞서 목숨을 걸고 민주주의를 지킨 5.18광주민중항쟁 43주년이 되었다. 올해는 유난히 김대중 대통령의 ‘용서와 화해’의 정신과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한 노력이 되새겨진다. 그 이유는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민들이 목숨으로 지키고,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발전시켰던 민주주의가 위기이다.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은 ‘내 편, 네 편’으로 국민을 편 갈라 매일 싸우고 있으며,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화가 사라지고 증오만 남았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모두 적이다. 오직 껍데기 민주주의만 남았다. 여야 모두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이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
민주주의의 기본은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피의자라는 이유로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하려면 정치와 사법을 분리하고 협치를 실현해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정치와 사법을 일체화하고 검사의 시각에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여당인 국민의힘을 꼭두각시로 만들어 대의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헌법정신도 훼손하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여당은 청와대의 이중대 역할을 많이 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실처럼 막무가내로 하지는 않았다. 이준석 전 대표 퇴출 과정과 김기현 당 대표 만들기, 태영호 최고위원의 사퇴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실이 보여준 국민의힘 줄 세우기는 도를 넘었다.
한반도 평화도 위기를 맞고 있다. 평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남북대화가 사라지고 대결과 냉전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윤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중단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과 한미일 군사협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오직 ‘힘 대 힘’의 논리로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대화가 없는 군사력 일변도의 평화 유지는 위험한 군사놀이가 될 수 있다. 1999년 6월 15일 제1차 연평해전과 2002년 6월 9일 제2연평해전이 전면전으로 확전되지 않는 이유는 남북대화가 진행되고, 핫라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화해와 용서 그리고 대화와 설득
1980년 5월 17일 계엄확대조치를 발표한 전두환 군사쿠데타 세력은 김대중 선생과 민주화 운동가 20여 명이 북한의 사주를 받고 내란음모를 했다고 조작하고, 공수부대를 투입해 계엄령에 항거하는 광주시민을 살육하는 만행을 자행했다. 계엄군법회의는 김대중 선생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다섯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6년 동안 감옥에서 보내고, 망명과 가택연금 등 정치보복과 탄압을 당하며 일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순간 자신을 탄압했던 사람들을 용서하고, 대화와 설득으로 국민통합에 나섰다.
김대중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국가정보원장 등 핵심 요직에 보수에서 뼈가 굵은 김중권씨와 이종찬씨를 임명하고,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부를 구성해 국론 통합했다. 그 결과 최단기간에 IMF 외환 위기를 극복했다. 그 힘은 국민을 믿고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김 대통령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대화와 설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남북 관계가 막히면 특사를 파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해 개방과 평화의 길로 안내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 국가들의 최고책임자를 설득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도록 노력했다.
5‧18광주민주항쟁은 현재 진행형
윤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용서와 화해, 대화와 설득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상대를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무릎을 맞대고 설득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국민 행복과 나라 발전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5‧18광주민주항쟁은 흘러간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했던 말이 지금도 가슴에 절절히 다가온다.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가 되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방관하는 것도 악의 편입니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내일신문 기자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평화재단 이사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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