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대화와 사법적 판단은 분리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대화를 중단하고 검찰과 경찰의 공권력을 동원해 야당을 범죄집단으로 낙인찍고, 노동계 등 다양한 요구를 물리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언론장악 등 과거 정부 뒤집기와 때리기도 총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화의 정치가 사라지고 대결 정치만 격화되고 있다. 정치가 실종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오직 힘의 논리만 작동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두 기둥이다. ‘민주공화국’이라는 말보다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사회 곳곳에선 수많은 ‘작은 전투’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거리에선 공권력과 분노가 정면충돌 중이다. 사회를 통합해야 할 국회는 하루가 멀다고 검찰 수사로 좌충우돌하는 등 입법부의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노동자들과도 전면전이다. 한국노총마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해 노동 개혁의 논의구조가 무력화됐다. 남북 관계와 외교 정책 추진도 대화보다는 편파적이고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남북 관계는 ‘네 갈 길 가고, 내 갈 길 간다’는 식이다. 미일 일변도 외교로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추진한 북방외교와 김대중 대통령이 확장 시켜온 4강 외교의 영토가 반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역진하고 있다.
야당 대표가 안고 있는 사법적 문제는 검찰과 재판부에 맡기고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만나야 한다. 야당은 제압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파트너다. 미우나 고우나 그들도 국민이 선출한 대표다. 대통령이 야당을 무시하면 그들을 지지한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피의자와는 만나지 않는다’는 독선은 형사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정치가 안정되어야 국민 여론이 통합되고 국정운영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대화 없는 평화는 가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평화를 ‘가짜 평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평화의 파트너인 북한과 대화가 아니라 핵 억제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군사적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대결 국면을 고조시키는 것은 핵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일이다. 당장 전쟁이 발발하지 않더라도 ‘안보 리스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을 봉쇄하고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이미 실패한 전략이다. 오히려 북한의 핵무장과 무력 강화의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대화 없는 평화가 진짜 ‘가짜 평화’다. 군사적 힘에만 의존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위험한 불장난이기 때문이다. 북한과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고, 외교의 성과가 한반도 평화에 귀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진정한 평화는 물리적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기본이다.
국익 중심의 4강 외교를 정상화해야 한다
대화 없는 국정운영은 외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에 합류한 윤 정부는 중국과 대화를 멈춘 상태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우회적인 무기 지원으로 러시아와도 대화가 단절되고 적대적 관계로 바뀌고 있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다. 미국과 일본 관계는 상대의 입장에 서서 깊게 이해하려 하고, 한없이 너그럽고, 알아서 퍼주고 있다.
외교의 기본은 가치가 아니라 국익이다. 대외 의존도가 70%에 가깝고 글로벌 체제에 편입된 우리나라는 외교의 중요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익이 한미동맹이나 미국과 일본 이익의 하위변수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다자외교와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한다. 국익을 위해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 적대적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의 우방이지만 중국과 정상외교를 통해 에어버스 160대를 중국에 판매하는 등 국익을 챙기고 있다. 인도도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제재하는 상황에서도 국익 차원에서 러시아 석유의 수입을 늘리고 있다. 심지어 미국도 중국과 대화를 지속하고 대결이 아닌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만이 중국 및 러시아와 대화보다 대결 국면을 만들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국과 대화를 시작하고 외교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우리 국익이 무엇인지 명확히 판단하고 외교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국정운영 기조 ‘대화’로 바꾸어야 한다
내년 4월 10일 실시하는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될 것이다. 국민은 대화가 사라진 정치와 남북 관계, 편향된 외교에 대해 평가할 것이다. 만일 국민의힘이 제1당이 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정운영 지지율 30%대로는 총선을 돌파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지금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정운영의 기조를 ‘대화’로 바꾸길 바란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내일신문 기자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평화재단 이사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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