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 전후의 이념전쟁터로 몰아가고 있다. 해방 전후 좌‧우의 이념전쟁은 민족의 분단과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으로 이어졌다. 한국전쟁 이후 이승만 대통령은 서북청년회 등 정치 깡패를 이용한 반대파 제거와 제주 4.3 양민 학살, 보도연맹 양민 학살사건 등을 저질렀다. 이후 박정희 정부는 반공법을 앞세워 정적을 간첩으로 몰아 죽였고, 전두환은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고 국군을 투입해 광주시민을 학살했다. 이념전쟁의 시작은 독재 정부의 출현이고, 끝은 몰락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념전쟁을 크게 세 가지 영역에서 추진하고 있다. 첫째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의 길을 열어주고,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고 있다. 둘째는 항일독립운동을 사실상 부정하는 건국절 논쟁 등 ‘역사 지우기’를 재점화했다. 셋째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진흙탕 싸움판을 만들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싸움판으로 내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추진 중인 미일에 편중된 군사안보 전략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외면한 ‘외눈박이’ 노선이다. 한반도를 세계 강대국 간 각축장으로 만들어 국가 이익과 안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한다. 특히,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한반도 진출의 길을 열어줄 공산이 커졌다. 우리 핵심 이익은 한반도 평화 유지다. 북한 핵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 군사동맹,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일방적인 대북 제재와 군사적 압박으로 ‘북한이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유아적 발상이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는 북중러의 군사협력 강화로 이어진다. 그 결과는 북한에 대한 제재 효과를 약화시키고, 러시아 등의 도움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성능을 고도화하려는 김정은의 ‘핵무력강’국 완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이 오히려 북한을 이롭게 하는 셈이다.
건국절 논쟁과 홍범도 장군 등 역사 지우기는 ‘대한민국 지우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는 홍범도 장군 대신 독립군을 소탕하던 간도특설대에 참여한 백선엽씨를 띄우고 있다. 건국절을 1948년 8월 15일로 하면 일제강점기의 항일독립운동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아니다. 일본이 식민통치에 대해 사과할 필요도 없다. 윤 정부는 지난 3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해 일본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제3자 변제 방식을 발표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심지어 미군이 공식적으로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해도 항의 한마디 못했다. 대한민국의 건국절은 1919년 3월 1일 이어야 한다.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로 되어 있다. 이승만 정부의 1948년의 제헌헌법도 1919년 3월 1일을 건국절로 명시했다.
또 윤 대통령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싸움판으로 내몰고 있다. 다양성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서로 다른 국민의 요구를 조정하고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치의 본령이다. 대화를 포기하고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진흙탕 싸움판을 만들어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분열시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나쁜 정치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의 공권력을 이용해 통치하고 있으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등 언론장악까지 시도하고 있다.
국론이 분열하면 막대한 국력이 소진된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국민통합이 가장 큰 힘이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은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에 나섰고, 노동자들도 자신의 권리를 양보했다. 국민통합이 곧 국력이다.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35%가 아니라 반대하는 60%에 가까운 국민들을 만나야 한다. 그 첫발이 야당과의 대화이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현) 김대중재단 성남시지회 회장
(현)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전) 평화재단 이사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내일신문 기자
**.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