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총재가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당을 통제했던 ‘3김 시절’로 회귀하는 모습이 나타나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마저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의 단독 출마설이 파다하자 당내 ‘비토론’이 거세지면서 원대 선출을 연기했으며, 민주당은 친명 박찬대 의원 ‘홀로 출마’로 당선이 확실시됐다. 문제는 양당 모두 원내대표 출마를 준비했던 국회의원들이 자진 불출마를 선언하고, 단독 출마의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민주당은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당내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 징조다.
당 대표 선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친윤에 가까운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기 위해 황우여 비대위원장 선임과 친윤 원내대표 만들기 등을 통해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재출마 군불을 여기저기서 지피는 걸로 보아 ‘이재명 대표 추대’로 가는 분위기다. 경선에 나서려는 의원도 없고,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의원도 없다.
야당 총재가 모든 권한을 갖고 일사불란(一絲不亂)한 대오로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87 6월 항쟁’ 이후 3김 시대가 저물면서 정당 민주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 핵심은 당을 사당(私黨)에서 공당(公黨)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총재가 공천과 당직 인사 등을 좌지우지했던 1인 중심의 당을 당원과 국민이 당의 주인인 공당으로 만들어 왔다. 집단지도체제와 당원 투표에 의한 공천, 국민 참여 등이 도입됐다. 이는 정당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과정이었다.
정당민주주의 핵심은 당내 다양한 생각을 서로 인정하고, 대화와 설득을 통해 당론을 결정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국민의 바람과 요구를 수렴하려면 정당 스스로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생각을 민주적 절차로 수렴해 통합해 낼 수 있는 체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대통령과 협력하면서도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역할이 있다. 국민의힘이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친윤계 일색으로 채운 결과가 4.10총선에서의 참패다. 이를 다시 재연하는 건 총선 민심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선택이다. 총선의 민심은 국민의힘에게 ‘정부와 협력하면서도 견제하는 역할을 명확히 하라’는 것이었다. 민심의 소리에 귀 막으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의 속도와 폭은 더욱 커질 것이고, 2년 후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도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 견제와 비판, 당내 민주주의는 서로 충돌하는 문제가 아니다. 총선 이후 발표되는 정당 지지도가 시사하는 점이 많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33%, 민주당이 29%로 국힘이 4%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지지도는 국민의힘 34.1%, 더불어민주당 35.1%로 민주당이 1% 포인트 앞섰다. 선거로 폭발한 정권 심판론이 조정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정체 내지 하락세인 건 분명하다.
민주당에 절대 과반 의석을 준 4.10총선 민심이 당내 민주주의를 중지시키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지난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71석을 더 얻었으나, 득표율 차이는 5.4% 포인트에 불과했다.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이 잘했다기보다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심리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물론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결과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재명 대표는 일사불란한 총재 중심의 정당 만들기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내 다양한 생각의 차이와 계파의 존재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무소불위 총재의 유혹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과정을 중시하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촘촘한 민생대책을 세우는데 머리를 맞대야할 때이다.
※갤럽조사과 리얼미터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현) 김대중재단 성남시지회 회장
(현)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전) 평화재단 이사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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