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이재명 대통령 시대’, ‘이재명을 지키는 일이 민주당을 지키는 일’, ‘항상 반걸음 뒤따르며 지켜본 대표님의 뒷모습은 세상 모든 무게를 함께 나눠진 듯이 꿋꿋했다’.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에 한숨이 나오는 건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민심 역행을 넘어 권위주의 시대에 보았던 퇴행적 행태마저 엿보인다. 이재명 전 대표 자신은 대표 연임에 나서고,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후보와 17개 시·도당위원장 후보들은 친명 일색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두 손 모아 ‘명비어천가(明飛御天歌)’를 부르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한 의지나 정책 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이재명 찬양’과 ‘이재명 지키기’ 경쟁뿐이다. 민주당이 이재명의, 이재명에 의한, 이재명을 위한 정당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은 당내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장본인이 되었다. 그들은 당대표로 거론되는 의원실에 전화를 걸거나 문자폭탄을 보내 결국 출마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최고위원으로 거론되는 비명계 의원에게는 ‘나가지 말라’고 협박까지 하고 있다 한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는 억압당하고, ‘나는 선이고, 너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독재 논리가 당내에 똬리를 튼 지 오래다.
‘이재명을 위한 민주당’은 전당대회 당헌·당규 개정에서 절정에 이른다. 기존 당헌에 따르면 당대표나 최고위원은 대선에 출마하려면 당권-대권 분리 원칙에서 대선 1년 전 당직을 사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6월 17일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사퇴시한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포함한 당헌·당규를 통과시켰다. 고무줄 결정이 가능한 위인설헌(爲人設憲)이다.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자동 직무정지 폐지, 당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 유발 시 무공천 규정 폐지 등 민심에 역행하는 내용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더 놀라운 건 ‘이재명 1인 체제’ 구축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도전하는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표면적으로는 ‘선거 결과가 뻔하고, 정치적으로 얻을 것이 없다’는 게 이유겠지만, 이면에는 개딸들의 무차별 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목숨 걸고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 싸웠다는 이들이 당내 민주주의 퇴행에는 눈을 감고 있다. ‘잃을게 많은 사람이 투사가 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임이 증명되고 있다.
‘이재명 1인 체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냉소적 시선은 최근 정당 지지도에 잘 나타나 있다. 지난 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6월 4주 차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이 36.7%, 민주당이 34.1%를 기록했다. 총선 참패로 지리멸렬 상태인 국민의힘을 압도하지 못하고 거의 두 달째 엎치락뒤치락 횡보 중이다. ‘이재명 민주당’이 60%를 훌쩍 넘는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전혀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중도층이 민주당으로부터 이탈한 결과이다.(여론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조)
최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운동’이 100만 명에 육박하면서 국회에서 탄핵발의가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만약 민주당이 탄핵발의를 할 경우 ‘이재명 방탄’ 위한 정치 수단으로 비춰지고, 국민의 바람을 탄핵의 눈덩이로 만들지 못하고 소멸시킬 것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 실정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필자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 발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아직 국민 여론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2016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였고, 탄핵 찬성 여론은 81%에 달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13%였고, 새누리당 지지층 중 40% 가까운 사람들이 탄핵을 찬성했다. 중도층의 민심을 얻지 못한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탄핵을 주도할 수 없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폭주를 막고 서민경제를 살리고 평화를 지킬 선봉장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권력 획득을 위한 자발적 결사체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당이다. 당원의 마음도 중요하지만, 민심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우선 ‘이재명 추대’가 아니라 경쟁구도가 되어야 한다.
8·18 전당대회 결과는 ‘어명대’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재명 1인 체제’를 만들기 위해 경쟁자를 인민재판식으로 유린하는 선거가 아니라 성숙한 민주주의 광장이 되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민주당을 이어가고, 국민과 함께하는 희망과 미래를 만드는 성숙한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
글쓴이=백왕순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현) 김대중재단 성남시지회 회장
(현)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 공동대표
(전) 평화재단 통일의병 대표
(전) 평화재단 이사
(전) 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 부소장
(전) 내일신문 기자
** 편집자 주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