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취재반] 제주도를 오가는 1000t급 이상 대형여객선 13척 가운데 8척(61.5%)이 '세월호'(1994년 건조)보다 선령(船齡)이 오래된 중고선박으로 파악됐다. 이는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3일 해양수산부로부터 넘겨 받은 '국내 여객선 실태 현황(2013년 말 기준)'을 통해 밝혀졌다.
여객선 현황에 따르면 국내 여객선 173척 중 1000t급 이상 대형선박은 17척이다. 이 중 제주도를 오가는 대형여객선은 13척으로 집계됐다.
이들 여객선의 선종은 모두 '로로선'으로 일컫는 카페리호다. 로로선은 속도를 내기 위해 일반 화물선보다 선폭이 좁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사고 발생시 경사판 사이 틈으로 바닷물이 유입될 수 있고, 급선회 시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침몰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세계 최악의 해상사고로 꼽히는 '헤럴드 엔터프라이즈호'(1987년·193명 사망)과 'MS에스토니아호'(1994년·852명 사망), '알살람 보카치오 98호'(2006년·1000여명 사망) 침몰 등의 사고 모두 세월호와 같은 로로선이었다.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2009년 발생한 '필리핀 슈퍼페리호', '일본 아리아케호' 침몰 사건도 로로선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 두 선박은 세월호를 운영하다 한국에 판 일본의 마루에이 사가 운영하던 여객선들이다.
특히 1000t급 이상 대형여객선 17척 가운데 15척(88%)은 해외에서 수입한 중고선박으로 나타났다.
김춘진 의원은 "대형여객선은 세월호처럼 카페리호이고 해외에서 구입한 노후 선박"이라며 "당국은 대형여객선 안전점검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노후 여객선 급증은 선령 제한을 30년으로 완화한 해운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2009년 다른 나라에서 선령 제한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내항여객선 선박 연령 제한을 25년에서 최대 30년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철저한 안전점검과 점검 후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퇴역조치 한다는 내용은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