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7·30재보궐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광주 광산을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가 이번 선거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권은희 후보를 향해 논문표절과 재산축소신고 등 각종 의혹을 끊임없이 거론하며 이번 재보궐 선거를 ‘권은희 선거’로 몰아가고 있고 통합진보당 등 다른 야당들도 여기에 동조하는 양상이다. 이같은 공세는 대개의 선거구도가 여당이나 정권에 대한 심판론으로 진행돼왔던 것과는 달리 공천파동을 야기한 새정치연합 심판론으로 몰아가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략공천 논란에 휩싸여 있는 권 후보를 겨냥한 여권의 집중공세가 '정의'의 아이콘로서 평가돼온 권 후보 개인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야권 전반의 도덕성에 까지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권은희 논란’이 이번 선거 전체 판도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與 ‘권은희 공세’에 정의당도 합류
권은희 후보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배우자가 소유한 부동산이다. 권 후보는 지난 11일 후보 등록 당시 재산 규모를 5억8000여만원으로 신고했다. 남편 남모씨의 주식보유분 1억4000만원이 포함됐다. 하지만 남씨가 보유한 부동산의 시가총액이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언론보도가 발단이 됐다.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주장이다. 논란이 된 부동산이 남씨의 개인 재산이 아닌 법인의 소유인 만큼 보유주식 가격만큼 신고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또 비상장주식이라면 액면가로 신고하게 돼있다. 하지만 보유부동산을 법인 명의로 한 것은 절세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은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경찰관 시절에는 모해위증 혐의, 변호사 시절에는 위증교사 의혹, 석사논문 무더기 표절, 이제는 재산축소 의혹까지 도대체 의혹시리즈의 끝은 어디냐”며 “권 후보는 온갖 의혹에 대해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요구했다.
그는 “권 후보가 남편 소유의 수십억 원대의 부동산을 숨기고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으로 세상이 시끄럽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산 축소 의혹을 즉각 조사하고, 공직 후보자로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도 공세에 불을 지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일부 언론이) 몇 가지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새정치연합의 일성이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재산 축소신고, 소득 누락 및 탈세 혐의에 대해 진실을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밝히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현행법을 어긴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당 지도부는 권 후보의 석사논문 표절 의혹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권 후보의 남편 재산 문제까지는 후보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일단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수준에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원내대변인이 부동산 의혹에 대해 법률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파장에 따라 대응수위를 고민하지 않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승용 사무총장은 “재산신고가 누락된 게 아니다. 누락된 재산은 하나도 없다”며 “현행 재산등록 제도상 비상장주식의 경우 액면가로 신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세를 판단하는 것도 어렵고 시세대로 본인이 재산신고를 할 수 없게 돼있다”고 설명했다.
주 사무총장은 “권은희 후보는 경찰에서도 9년째 재산신고를 했고 경찰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도 한 번도 지적받은 적이 없었다”며 “선관위에서도 적법하다고 했다. 법인 재산에 대해 소득세, 법인세를 다 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같은 잣대라면 재산과 주식이 많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경우 대단히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며 “그런 걸 알면서 (공세를)하는데 대해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권은희 집중공략’ 與 속내는?
새누리당이 권은희 후보를 집중공략 하는 것은 권 후보 개인을 떠나 새정치연합의 '공천참사'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차피 야권 텃밭인 광주에서 권 후보의 당락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순 없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심판론을 공천참사에 대한 야권심판론으로 몰아가 수도권과 충청권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새누리당이 권은희 후보를 겨냥하는 것은 새누리당 내부의 분란과 지도부의 무능을 감추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한 뒤 “권은희 공천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계속 공격하면서 야당의 공천이 전체적으로 잘못됐다. 그렇게 야당심판론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박 평론가는 특히 권은희 후보의 상징성에 대해 “국정원, 경찰, 검찰 등 여권에 유리한 국가기관의 내부고발자 아닌가. 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배신자”라며 “그 점을 공격함으로써 여권을 결속시키고 야권의 내부분열을 강화하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체제의 안정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술 인뱅크코리아 대표는“새누리당의 공격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새정치연합 내부의 분열 때문”이라며 “새누리당이 권은희 후보를 공격함으로서 새정치연합 전체의 도덕성에 흠결을 줄 수 있는 선거판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 후보에 대한 의혹이 선거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사실관계와 고의성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정의의 아이콘' 권은희 후보의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거판세에 어느 정도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책선거를 선도해나가야 할 여당의 지속적인 공세가 도를 넘어가면 오히려 자충수가 된다는 점도 여당으로서는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권은희 후보의 정통성은 '정의'에 있는데 거기에 흠집을 내야 정통성이 없어진다”며 “공천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서울 동작도 그렇고 전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술 대표 역시 “'아니 뗀 굴뚝이 연기 나랴'는 한국 속담이 있듯 국민들은 의혹을 믿는다. 진실이 무엇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며 “권은희 사건도 어느 정도 이슈가 되는 건 한계가 있겠지만 선거가 임박해서 어느 정도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정의의 아이콘이라는 사람이 논문표절, 재산축소신고 의혹으로 흠집이 났다. '정의로운 사람'은 이런 사사로운 흠결이 있으면 안 된다”며 “정의의 이미지가 많이 상쇄돼버렸다는 생각은 든다”고 지적했다.
이민호 모노리서치 이사는 “이번 재보선은 세월호 참사로 특히 수도권이나 충청권에서 야권에 유리한 선거로 전개될 수 있었는데 야당의 전략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면서 쉽지 않은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이사는 “여당은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선거가 많이 남진 않았지만 (여당이) 그 부분(권은희 공세)으로만 계속 끌고 가서는 안 좋은 이미지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박상병 평론가는 권 후보의 각종 의혹에 대해 “논문표절은 새누리당이 말할 자격도 없고 비판해봤자 효과도 없다”면서 “재산을 고의로 누락했다면 큰 문제지만 광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정도로 문제될 건 없다”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