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용근 기자]'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일명 '김엄마' 김명숙(59·여)씨와 유 전 회장의 '발'이라 불리는 운전기사 양회정(56·지명수배)씨의 부인 유희자(52·여)씨가 28일 오전 검찰에 전격 자수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와 유씨는 모두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은닉)를 받고 있으며, 체포영장과 함께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 대해 "이달 안으로 자수할 경우 불구속 수사하는 등 선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원파 대모 '김엄마'…유병언 도주 작전 지휘 혐의
'김엄마' 김씨는 오래전부터 경기 안성 소재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총본산인 금수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인물이다.
그는 대규모 집회가 열릴 때마다 금수원 내에서 신도들에게 밥을 지어주고 교회 살림을 맡는 등 구원파 내에서 '대모'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총괄 기획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의 뒤를 이어 유 전 회장의 도주 작전을 지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가 금수원 내에 머물면서 양씨 등 현지 수행팀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전체 상황을 조율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씨가 유 전 회장의 은신처 마련과 보좌인력 지원, 검·경 동향 파악, 도피자금 지원 등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0일 금수원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금수원 내부에서 발견된 한 승용차에서 '김엄마'의 이름이 적힌 하이패스 카드와 신분증을 압수한 바 있다. 김씨는 압수수색 직전 금수원을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병언 운전기사 양씨부인 유희자씨…중간 은신처 마련 혐의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지난 4월23일 새벽 금수원을 빠져나가 '신엄마' 신명희(64·여·구속기소)씨 언니의 집으로 1차 도피했다.
이곳에서 하루를 머문 유 전 회장은 다음날인 4월24일 구원파 신도 한모(49·구속기소)씨 부부의 집으로 은신처를 옮겨 열흘 동안 머문 뒤 5월3일 전남 순천 송치재 인근의 별장 '숲속의 추억'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유씨는 유 전 회장의 중간 은신처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씨가 신씨의 지시를 받아 지난 4월24일 유 전 회장이 신씨의 집에서 자신의 동생 집(한씨 부부의 집)으로 도피하도록 도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씨와 유씨의 동생은 부부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씨의 남편인 양씨는 유 전 회장의 '발'로 불리는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유 전 회장이 순천 별장으로 이동할 당시 '김엄마' 김씨와, '신엄마' 신씨, 이 이사장, 구원파 신도 추모(60·구속기소)씨 등과 함께 동행하는 등 유 전 회장의 도피를 적극적으로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양씨가 지난 4월24일~5월17일까지 20여일 동안 유 전 회장의 순천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검·경의 수사 동향을 알려주며 각종 심부름을 하는 등 도피를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양씨는 지난 5월25일 검찰 수사관들이 순천 별장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순천 송치재에서 국도를 따라 전주까지 홀로 EF쏘나타를 몰고 도주했다.
양씨는 당시 지인들에게 “검찰이 휴게소에 들이닥쳐 회장님을 두고 왔는데 같이 가서 도와드리자”고 부탁했지만 양씨 지인들은“큰 일에 말려들기 싫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에서 사라진 양씨는 이후 금수원으로 다시 잠입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현재 부인과 함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양씨는 또한 별장 내부의 빛이 새 내가지 않도록 부직포를 붙이고 유 전 회장이 숨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2층 통나무 벽 안에 '비밀 공간'을 만든 의혹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