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북한 최고위급 실세들의 우리 측 방문에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표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큰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또한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 채널이 복원된데 대해 크게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북측 인사들의 한 차례 방문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야당을 중심으로는 5.24제재조치도 이 차에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화해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도발을 멈추지 않았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정한 화해-협력-교류를 위해 북측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朴 “남북관계 개선 의지 행동으로 보여줄 것 기대”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황병서 노동당 총정치국장 등 핵심 실세들이 방남했던 것과 관련해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를 통해 평화의 문을 열어나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북측을 향한 메시지였던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에 남과 북이 제2차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합의한 것은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도 이번 방한 시 언급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며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관계는 접촉 후에도 분위기가 냉각되는 그런 악순환이 반복돼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이번 북측 인사들의 방남을 계기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위급 접촉이 단발적 대화에 그치지 않고 남북대화의 정례화를 이뤄 평화통일의 길을 닦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은 통일부 등 관계부처와 잘 협력해서 회담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새누리당도 “이번 방남을 계기로 그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남북 화해와 협력의 돌파구가 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5일 현안관련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들의 이 같은 방남은 북한의 전격적인 제의에 의해 이뤄졌으며, 이번 방남 과정에서 지난 8월 우리 정부가 제안했던 제2차 고위급 회담 개최에 대한 합의도 이뤄냈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과 북이 진정성과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지속하는 일일 것”이라며 “남북 간 모든 문제는 대화를 통해서 풀어가야 하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잘 사는 길이며, 동북아 평화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임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이번 북한 인사들의 방남이 일회적인 행사로 그치지 말고 상호신뢰와 교류협력, 나아가 통일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진심어린 작은 단초가 되길 희망한다”면서 “우리 정부도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與도 野도 “5.24조치 해제하라” 요구 봇물
한편, 여야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정권에서 취해졌던 5.24대북제재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8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를 상대로 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 “5.24조치와 드레스덴 선언은 상충되는 게 많다. 5.24조치는 상호투자를 불허하는데 드레스덴 선언은 이를 비정상적 방법으로 무너뜨리고 있다”며 “사실상 5.24조치 해제의 낮은 단계가 드레스덴 선언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천안함 문제는 고위급이든 물밑 접촉이든 논의하고 매듭지어야 하지만 박 대통령이 물건을 훔친 문제아를 둔 어머니처럼 통 크게 치고 나가야한다”며 “‘다음에 되풀이하면 호적에서 빼버리겠다’고 말하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옳은 길”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도 “5·24조치는 점점 껍데기만 남는 듯하다. 그럴 거면 걷어버려야 한다”면서 “이번에 저쪽이 내민 손을 붙잡기 위해 저쪽에 (5.24조치 해제)명분을 주고 더 많이 얻으면 되지 않냐”고 조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찬 의원은 “왜 5·24조치가 경제교류의 악재로 작용하느냐 하면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노동자가 중국, 러시아, 중동에서 최하 월 300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개성공단은 5만 명이 150불만 받고 일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을 하려해도 이런 게 선제적으로 해결돼야 하는데 아무 조건 없이 되겠나. 우리정부가 너무 이념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한길 의원 역시 “앞으로 있을 2차 고위급 접촉에서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논의하는 게 우리의 의지를 보이는 출발점이 된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북에 진정성을 보여달라 했는데 우리가 선제적으로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의 들끓는 5.24조치 해제 주장에 류길재 장관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차 고위급 접촉을 통해 계기를 마련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방남을 이유로 우리가 선제적으로 5.24조치를 해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이번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인천 방문을 남북관계 개선 기회로 삼고 관계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으려 한다”면서도 “하지만 대북정책의 원칙을 재고하는 일은 없다고 본다. 고위급이 왔다고 해서 입장을 바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류 장관은 그러면서 “5.24조치는 천안함 폭침에 따른 징벌적 조치이므로 북한이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다만 조치가 내려진 지 4~5년이 됐기 때문에 언제까지 할지는 남북이 서로 논의해서 극복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류 장관은 “지난 70여년 남북관계를 5.24문제가 극복 못할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계속 5.24조치를 가지고 가겠다는 뜻은 아니다”는 입장을 덧붙여 밝혔다. 류 장관은 “5.24문제를 못 풀면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으므로 추슬러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남북 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는 게 국민을 설득할 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차 고위급 접촉을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그런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