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 축소의혹과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경찰청 소속 박모 경감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1년6월을 구형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부장판사 성수제) 심리로 열린 박 경감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박 경감이 법 집행을 담당하는 경찰로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임무가 있음에도 중요 증거를 인멸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이는 검찰의 1심 구형량과 같은 형량이다.
변호인은 이에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공소사실은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한다”며“인멸된 증거가 특정되지 않아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박 경감 측 변호인은 아울러 “설사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박 경감이 상당 기간 구속 상태에 있었고 수상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을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경감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포승줄에 묶여 법정에 끌려나오는 신세지만 오늘의 경험이 먼 훗날에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박 경감은 “디지털 증거분석 전문가들을 통해 실제 지워진 데이터파일은 없다고 나오고 있다”며 “다시 경찰로 돌아가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박 경감은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분석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5월 대선개입 수사축소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압수수색하자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경감은 당시 ‘무오(MooO) 데이터 회복방지기’를 사용해 업무용 컴퓨터에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지 못하도록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1심에서 징역9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이 사건 본류사건인 ‘대선개입 수사축소 혐의’ 피고인이었던 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박 경감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음달 28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