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아이유 씨 덕분에 1위를 해서 업고 다니고 싶어요. 그 보이스 컬러는 보물이 아닌가 해요. 그 기적이 ‘소격동’으로 이어졌죠.”(서태지의 지난 20일 기자회견 발언 중)
가수 아이유(21,사진)가 듀엣의 아이콘을 넘어 가요계에 ‘구원의 아이콘’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듀엣을 하지 않아도 그녀와 협업만 하면 단숨에 주목을 받고 음원차트 1위에 오른다.
5년만에 컴백한 가수 서태지(42)가 최근 아이유의 수혜자다. 서태지가 9집 ‘콰이어트 나이트’ 수록곡으로 가장 먼저 공개한 ‘소격동’은 몽환적인 장르에 가까운 신스팝이다. 서태지 버전에서 느껴진 그의 전매특허 ‘아련한 사운드’는 팬이라면 ‘혹’할 만했다. 음악 자체는 한국에서 주류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유의 ‘소격동’은 단숨에 차트 정상에 올랐다. 그녀의 목소리에 착 달라붙는 사운드는 아니었지만, 신비로웠다. 서태지 팬의 자녀들은 아이유 팬이라는 이유로 지난 18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짐 컴백공연에도 찾아왔다.
앞서 올해 상반기 아이유의 ‘특혜’를 입은 팀으로는 4인 남성 그룹 ‘하이포’가 있었다. 아이유는 음악 프로듀서 최갑원과 함께 이 팀의 데뷔곡 ‘봄, 사랑, 벚꽃 말고’를 공동 프로듀싱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곡의 작사를 맡고 피처링까지 했다. 덕분에 이 곡은 신인가수의 곡임에도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최 프로듀서가 키우는 그룹이다. 그는 2007년 아이유를 발굴했다. 아이유는 최 프로듀서와 ‘의리’로 작업에 기꺼이 힘을 보탰다.
SBS TV 오디션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K팝 스타’ 시즌 1의 윤현상(20)은 아이유의 다음 수혜자다. 그가 이달 31일 발표하는 데뷔 미니 앨범 ‘피아노포르테’에 아이유가 듀엣으로 참여한다. 앞서 아이유는 지난 9월 데뷔 6주년 기념 팬미팅과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콘서트에서 윤현상의 데뷔 소식과 함께 타이틀곡 후보 중 한 곡을 미리 선보였다. 아이유 측은 “아이유가 윤현상의 데뷔 앨범을 듣고 큰 관심을 보였다.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면서 “윤현상의 솔로곡을 아이유와 듀엣곡으로 재편곡해 수록했다. 뮤직비디오와 음악방송 활동도 함께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두 사람은 같은 매니지먼트사(로엔트리)에 속해 있다.
아이유는 그간 수많은 가수와 호흡을 맞췄다. 성시경을 비롯해 보컬스룹 ‘2AM’ 멤버 임슬옹, 나윤권, 그룹 ‘god’, 그룹 ‘울랄라세션’, 최백호, 양희은, 이적, 김광진 등과 듀엣을 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와 합동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장르와 나이, 국적을 넘나든다.
아이유의 목소리는 깨끗하다. 고음에서 특유의 쇳소리가 녹아들어 가지만, 어떤 장르의 곡이든 소화할 수 있다. 어떤 색깔의 가수와도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다. 컴퓨터 그래픽 합성으로 말미암은 결과물이었지만, CF에서 고 김광석과 듀엣이 가능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 듀엣과 협업에서 아이유의 색깔이 더 강해졌다. 어떤 노래를 불러도 ‘아이유스러워진다’는 느낌이다. 아직 만 20세에 불과하지만, 나름의 해석력이 생기면서 확고한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내로라하는 선배 가수들이 그녀의 목소리를 칭찬하는 이유가 있다. 그녀와 작업은 그래서 시너지를 낸다. ‘국민 여동생’으로 통해 팬들의 관심도 대단하다. 5년 동안 대중과 멀어진 서태지, 데뷔하는 신인. 그들이 아이유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밖에 없다.
아이유가 지난 5월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수록곡 ‘너의 의미’의 인기는 되짚어볼 만하다. 원곡은 1984년 사이키델릭 록그룹 ‘산울림’이 발표했다. 아이유는 산울림 멤버였던 김창완과 이 곡을 듀엣했다. 김창완은 내로라하는 보컬 실력을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담백함 등 목소리의 개성으로는 국내에서 손꼽힌다. 아이유는 그런 김창완과 노래를 함께 불러 아이유의 ‘너의 의미’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마지막 김창완의 내레이션 ‘넌 도대체 나에게 누구냐’가 곡의 아우라를 완성하지만, 내내 이 곡을 이끌어가는 건 아이유다. 이 곡은 여전히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광고 음악으로 삽입되기도 했다.
가요관계자는 “아이유는 아이돌과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닌 몇 안 되는 가수”라면서 “점차 자신의 색깔을 찾으면서 부르는 곡마다 개성을 입히고 있다. 팬덤에, 어디에도 어울리는 깨끗한 목소리, 해석력으로 아이유를 찾는 가요계의 손길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