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통합진보당의 운명을 결정지을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 청구 사건 마지막공개변론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제18차 변론기일을 열고 양측 대표자의 최종 구술 변론을 마지막으로 이 사건 변론절차를 모두 종결했다. 다만, 최종선고 기일은 별도로 지정하지 않고 추후 지정키로 했다.
우선 법무부 측 대표자로 나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진보당이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인 존재”라고 강력 비난했다.
황 장관은 “과거 주사파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불법적으로 조직을 장악하고 진보당을 북한추정세력의 본거지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보당의 강령은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실제로 추구하고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 역시 용공 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진보당이 비례대표 부정경선을 저지르고 간첩사건에 연루된 당 간부를 감싸며 국회의사당에서 최루탄까지 터트린 점 등을 언급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켜야 할 국가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더는 정당해산이라는 수술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진보당 이정희 대표는“정부의 주장을 아무리 뜯어봐도 의혹과 추측밖에 없다”며“정치적 의견 차이를 적대행위로 몰아붙이는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정당의 가장 중요한 활동인 법안 발의에서 진보당 법안이 위헌이라는 지적을 단 한 번도 받은 바 없다”며 “진보당의 법안과 공약,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어느 것도 위헌이라고 하지 못하면서 왜 당이 정립하지도 않은 혁명론을 이유로 위헌정당이라는 근거 없는 단정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진보당이 연방제 통일을 이루고 나면 북한식 사회주의를 채택할 것이라는 게 정부 주장의 핵심인데 피 흘려 민주주의를 쟁취한 국민들이 이를 용납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통일헌법을 주장하고 있는 진보당의 방안으로 대한민국에 북한식 사회주의가 이식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노당 시절부터 꾸준히 대중적인 진보정당을 추구해 온 진보당은 국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이라는 창당강령을 삭제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한 것”이라며“이런 진보당이 (국민의 의사에 반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너무나 당연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부는 숨은 목적이 있다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질 낮은 모략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연원이 김일성이 아니라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과 의정원이었다는 사료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진보당의 친북 주장을 겨냥한 듯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우리 민족은 남과 북, 어느 편을 들 것인지 강제로 선택지를 받았고, 골육상쟁을 치러야 했다”며 “정부는 이 선택지를 바꾸려는 시도 자체를 북의 편을 드는 행위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양측 법률대리인들 역시 지난 1년여 동안 변론 과정에서 제기한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하며 치열한 논박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변론을 마지막으로 3800여 건에 달하는 양측의 증거 등을 검토한 뒤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여하는 평의를 열어 통진당 정당해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