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임태 기자]삼성그룹이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등 화학·방산 계열 4개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다고 공식 결정했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관계사(대표주주사:삼성전자·삼성물산)들은 26일 각각 이사회 혹은 경영위원회를 열고, 삼성테크윈 지분 32.4%를 8,400억 원에 ㈜한화로,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 이하 동일 기준)를 1조 600억 원에 한화케미칼 및 한화에너지로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매각 금액은 총 1조9000억원 규모다. 삼성테크윈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탈레스와 삼성종합화학의 합작 자회사인 삼성토탈도 동시에 양도된다. 삼성테크윈의 주주사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이며, 삼성종합화학의 주주사는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다.
삼성종합화학의 최대주주(38.4%)인 삼성물산은 18.5%의 지분을 남겨 한화그룹과 화학 분야에 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계획이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이번 매각은 내년 1~2월 실사와 기업결합 등 제반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방산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테크윈 인수 논의를 하게 됐다”며 “삼성테크윈이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등 지분관계가 얽혀있어 결과적으로 4개사를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매각은 2조원대의 '빅딜'로 1997년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간 인수합병(M&A)으로는 최대 규모다. 매각 대상은 삼성테크윈 지분 32.43%와 삼성종합화학 지분 100%, 삼성탈레스와 삼성토탈 지분 각각 50%로, 거래가 성사되면 이들 4개사의 경영권은 한화가 갖게 된다.
한화의 삼성 4개 계열사 인수 주체는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에너지 등 3개사다.
이번 매각에 따라 삼성은 지난 1970년대 말부터 시작한 방산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지난 1977년 8월 1일 삼성정밀공업㈜으로 출발한 삼성테크윈은 항공기엔진 및 관련부품, 각종 전자기기 및 광학기기와 부품, 각종 정밀기계 및 부품을 제작, 판매해왔다. 하지만 미래 성장성이 높은장비 사업에 선택과 집중하기 위해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4월 반도체부품(MDS) 사업을 매각하기도 했다.
삼성탈레스는 지난 2001년 삼성전자와 프랑스 탈레스가 50대50 합작으로 설립한 법인으로 삼성전자 내 방위산업부문을 인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0년 삼성테크윈이 삼성전자로부터 보유 주식 1350만주(지분율 50%)를 2081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삼성은 석유화학 사업에서도 순차적으로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기존에 화학 계열사로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토탈,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두고 있었으나, 지난 6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했다. 이번에 석유화학 부문 지주사 격인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한화에 넘겨주면 석유화학 부문 계열사로는 삼성정밀화학만 남게 돼 사실상 석유화학 사업의 큰 축이 정리되는 셈이다.
한편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른 속도로 계열사간 사업 및 지분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에버랜드로 넘겨 소재전문기업으로 재탄생한 뒤 지난 7월1일자로 삼성SDI와 공식 합병했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을 합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했던 화학계열사 정리에도 나섰다.
또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카드 지분은 삼성생명이 매입했고, 삼성전기, 삼성정밀화학, 제일기획, 삼성SDS가 갖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도 처분하면서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간 불필요한 지분 관계를 정리했다.
특히 이달 초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서현 사장이 모두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SDS를 상장했고, 오는 12월18일에는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상장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