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여야는 20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국회가 보수·진보의 이념논쟁의 장(場)이 되선 안 된다면서도 속내는 각각 다른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 문건 유출 관련 의혹에 대한 국회 운영위 개최와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는 야당의 기세가 한풀 꺾일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민생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념논쟁을 벌일 시간이 없다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독립적 헌법 기관의 판결”이라며 “국회 일정에 영향을 줘서도 안 되고 그럴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현숙 원내대변인도 “국회가 현안을 미뤄두고 진보당 해산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다”며“러시아발 원유가격 하락과 러시아 디폴트 가능성에 따른 영향을 생각하면 이념논쟁에 쓸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당 해산이 정치권 블랙홀로 자리 잡으며 후폭풍을 몰고 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운영위 개최와 국정조사의 추진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불씨 살리기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국회는 운영위로 시작해서 법사위로 끝난다”며 “운영위를 소집해 국민적 의혹을 밝히고 특별감찰관 추천도 마무리해야 한다. 주례회동에서 여당이 결정하지 않으면 (민생 법안을 협의 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허영일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이 우리당에 연대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돌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며 “국회 운영위 소집을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비선실세들의 변명이나 들어주고 청와대 눈치나 보는 검찰에 진실규명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와 같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현안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국회가 길을 잃을 경우 '네 탓' 공방을 벌이며 슬그머니 이념논쟁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진보당에 대해 계속 감싸고돌면 '종북 비호세력'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솔직히 우리당이 야당에 할 이야기가 훨씬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연합 원내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후속 작업으로 정당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을 덮기 위해 '종북' 이야기도 반드시 꺼낼 것”이라며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이 하는 일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