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고(故)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생전 여야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서 거액의 후원금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등을 통해 성 전 회장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 등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성 전 의원이 출판기념회라는 합법적 수단을 통해서도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내면서 사실상 '보험'을 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성 전 회장의 측근들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여야 정당이나 계파를 가리지 않고 동료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 수백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며 인맥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출판기념회가 열릴 때마다 동료 의원들에게 매번 3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냈으며, 친분관계 등에 따라서는 '300만원+α'를 지원했다. 이런 점에 미뤄볼 때 당내 입지가 강한 중진급일수록 후원금 액수를 차등화했을 개연성이 높고 후원금 규모는 수천만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판기념회는 모금액 사후 신고가 필요없어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로 변질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정치후원금은 연간 국회의원 한 명당 500만원씩, 총 2000만원 한도에서 낼 수 있지만 '쪼개기' 방식으로 여러 사람을 동원하면 한도액 이상을 얼마든지 모금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모으는 수단으로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하지만, 동료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매번 거액을 후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새누리당 당직자 출신인 성 전 회장의 한 측근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성 전 회장한테서 후원금을 안 받은 의원이 없을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니깐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하고 후원금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뭔가 히든카드로 쓰기 위해 (유품 메모처럼) 후원금 내역을 따로 기록해놓은 자료를 가족들이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판기념회 후원금은 대부분 의원실마다 장부에 꼼꼼히 기록해 놓거나 회계처리 등을 통해 투명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금추적이 쉬운 편이다.
출판기념회 후원금이 불법 자금은 아니지만 금품리스트에 거론되고 있는 8명이 메모지에 적혀 있는 액수 이상의 돈을 추가로 받았을 것으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출판기념회를 통해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 총리가 지난 2012년 1월 총선 재보궐 선거 출마를 앞두고 충남 홍성 지역에서 마련한 대규모 출판기념회에 성 전 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자 "성 전 회장과는 19대 국회 들어와서 알게 됐고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시 성 전 회장은 이 총리의 부인과 팔짱을 끼며 사진을 찍을 만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총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출판기념회 후원금을 훗날 로비의 수단으로 염두에 뒀다는 점에서 검찰이 후원금 성격을 면밀히 분석하는 과정에서 대가성을 입증한다면 사법처리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특혜성 법안을 발의해준 대신 출판기념회 후원금 명목으로 3360만원을 수수해 기소된 바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의원 시절에 동료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뿐만 아니라 여러 행사를 금전적으로 후원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초등학교 중퇴 출신이고 영호남 출신도 아닌 충청권 출신이어서 학연이나 지연이 약해 의존할데가 없으니 어떻게든 연결고리가 필요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마당발 인맥이란 소리를 듣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