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정춘옥 기자]거리에서 예술을 만나면 일상은 훨씬 풍요로워 질 것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 도심에서 즐기는 거리공연 프로그램 ‘거리예술 시즌제’ 봄 시즌을 5월24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매주말마다 선유도공원, 보라매공원, 서울숲,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도심 4곳에서 9개 거리예술작품을 총 56회 진행한다.
예술을 가깝게, 누구나 즐기기
‘거리예술 시즌제’는 시민들에게 일상공간과 어우러지는 새로운 예술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단체들에게는 발표 기회를 확대하자는 취지로 지난 2014년부터 운영해온 행사로, 생활 속 공간인 공원과 도심에서 거리예술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개최되는 대부분의 축제에 비해 ‘거리예술 시즌제’는 봄과 가을의 각 시즌별로 4~5월, 8~9월 2개월동안 매주말마다 거리공연이 지속된다. 따라서 시민들이 계절 내내 거리 곳곳에서 무료로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에는 서울시내 7개 공간에서 17개 예술단체가 참여하여 약 1만5000명의 시민과 만나 성황리에 진행 된 바 있다.
이번 시즌에는 ‘극단문’, ‘모다트’,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 등 공모를 통해 선정된 9개 거리예술작품이 총 56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매주말마다 2~5개의 작품이 오후 1시부터 7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선보이며, 매달 첫째 주는 선유도공원, 둘째 주는 보라매공원, 셋째 주는 서울숲, 넷째 주는 DDP에서 순회공연을 제공한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선정
이번 시즌제에 참여하는 작품들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했으며, 창작연희, 인형극, 이동형 거리극, 거리무용, 거리음악극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와 내용으로 구성됐다.
무용을 기반으로 움직임에 대한 연구가 돋보이는 ‘꽃피는 사월’(온앤오프무용단)과 한국과 인도의 전통악기 협연을 통한 거리무용 ‘감정공간’(모다트)은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몸짓과 열 두발 상모 그리고 한국, 인도전통악기가 만나서 몸과 음악의 다양한 표현과 느낌을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서 표현한다. 감정을 얼굴로 몸으로, 그리고 연주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지금과는 다른 공연을 선보이고 공유한다.
화창한 어느 날 오후, 형제는 기분 좋게 청소와 빨래를 시작하려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휴식을 취하지만 음식으로 인해 서로 티격태격 몸싸움이 일어난다. 음식과 오물로 범벅이 되자 잠시 생각을 하고 옷을 빨기 시작하려 한다. 일사분란하게 빨래를 하지만 다시 싸움이 벌어지고 빨래 속에 묻히고 만다. 그러던 중 옷가지들은 점점 커지며 인간을 삼키고 빨래 더미는 점점 더 거대해지며 그 안의 인간들은 벗어나려 발버둥 치지만 쉽지만은 않다, ‘어느날 오후’(배낭속사람들)은 다양한 의류를 소품으로 활용한 거리극이다.
독특한 의상과 함께 색다른 피노키오 이야기를 들려줄 ‘목공들이 만드는 이야기 피노키오’(공작소365)는 어디선가 작업복을 입은 목공들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그들은 구조물을 조립하고 분해하며 장면을 연출한다. 목공들은 조금씩 피노키오 인형을 조립하고 재조립하며 ‘피노키오’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커다란 바퀴를 굴리며 진행되는 이동형 거리극 ‘바퀴-무지막지 서커스’(극단 몸꼴)는 거대한 바퀴가 나타나 이동하는 무대를 따라다니는 거리극이다. 시간을 감고, 세월을 감고 바퀴가 구른다. 거부할 수 없이 밀려드는 문명에 밟히고 잊어져 간 기억과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의 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가는 이동형 공연이다.
다음 시즌, 가을 바람과 함께 시민 찾아갈 예정
한 명의 배우가 다양한 종이컵을 등장인물로 만들어 풀어내는 인형극 ‘제랄다와 거인’(극단 문門)은 작은 종이컵 속 커다란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종이컵인형 1인극이다. 어느 곳이나 펼치면 무대가 되는 테이블, 소주 컵에서 커다란 팝콘 컵까지,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종이컵의 무한변신. 한 명의 배우가 펼쳐내는 작지만 큰 무대, 종이컵 인형들이 들려주는 맛있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일작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냉철한 사회비판 의식이 돋보이는 거리음악극 ‘당나귀 그림자 재판’(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은 1781년 독일 뷔알란트의 소설 ‘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을 원작으로 한다. 치과의사는 마부에게 빌린 당나귀 그림자 밑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에 그림자의 소유권에 대한 두 사람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 소설을 각색한 음악극 ‘당나귀 그림자 재판’은 문제의 본질은 잊고, 낭설이 파다한 시대에 비판의 시선을 던진다. 조소설치미술가의 감각적인 무대와 라이브 연주, 그리고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시의성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잊혀져가는 각설이를 광대의 재담 놀이 기량으로 풀어낸 전통연희 ‘황금거지’(연희집단 The 광대), 호주 민속악기와의 협연 등을 통해 전통 사물놀이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창작연희 ‘정글Jungle’은 일반 공연장에서 볼 수 없는 역동적인 거리예술의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이사는 “티켓을 구매하고 공연장을 찾아가야 하는 일반 공연과는 달리 ‘거리예술 시즌제’는 일상 공간인 거리에서 시민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다”며 “개관을 앞둔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와 연계해 거리예술을 활성화하고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예술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리예술 시즌제’ 가을은 오는 6월 경 공모를 통해 참여단체를 선발하며, 8월~9월 주말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다시 한 번 시민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