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유한태 기자]4·29 재보궐 선거 이후 후폭풍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계파 갈등이 결국 폭발했다. ‘비노(非盧)’주승용 최고위원과 ‘범친노’ 정청래 최고위원 간 설전이 격화되면서 주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번사태는 지난 8일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최고위원은 “선거에 패배하고 나서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고)그대로 있는 것도 하나의 불공평이라고 생각했다”며 공개·공정·공평 등 제갈량의 '3공정신'을 강조했다. 그러자 정 최고위원이 “(주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을)사퇴할 것처럼 해놓고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고 돌직구를 날렸고, 주 최고위원은 “저는 공갈치지 않았다. 공개석상에서 말했으니 저도 공개석상에서 말하는 것”이라며 “저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는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문재인 대표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유감스럽다”며 최고위를 정리했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공개 석상에서 정 최고위원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과했다고 생각한다”며 정 최고위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앞으로도 사과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당내 계파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청래 ‘공갈’ 발언, 부적절했다”공감
이 같은 두 최고위원의 충돌에 대해 당 내부에서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이 도가 지나치다는 분위기다. '공갈'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주 최고위원의 자존심을 건드린 데다 갈등이 봉합되는 국면에서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킨 데 정 최고위원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 내부에 대한 이야기는 비공개회의에서 거론했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당 지도부만 현안을 논의하는 비공개 회의에서도 거론하기 꺼려하는 예민한 문제를 언론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론해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언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재보선 참패 이후 당이 많이 어렵다. 모두가 합심해도 단결해도 모자랄 이 시기에 정 최고위원의 독설로 주 최고위원이 사퇴 폭탄선언을 하기까지 이르렀다”며“정 최고위원의 언행은 도를 넘었고 당에 씻을 수 없는 분란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중) 유일한 호남 지역구이며 비노계”라며 “오늘의 발언은 당을 통합시켜 총선 승리를 일궈내야 하는 문재인 대표를 흔드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정 최고위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도“주 최고위원은 패권주의 발언에 대해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에 대해 마무리를 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정 최고위원이 불을 질렀다. 사전 비공개 회의를 통해 당 내부에 대한 문제들을 충분히 지적하고 고쳐나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공개된 회의에서 언론을 상대로 발언했기 때문에 순수한 문제제기나 문제 개선 요구가 아닌 '정략적'인 요구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핵심 당직자는 “그게 동료 의원들끼리 면전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라며“선거 평가에 대해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 크다' 혹은 '친노의 책임이 크다'고 다양하게 의견을 피력할 수는 있지만 '공갈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표 수습 나섰지만…
공개석상에서 최고위원끼리 '막말' 공방을 벌임에 따라 문 대표가 이번사태를 어떻게 봉합해 나갈 지도 주목된다. 문 대표는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자 즉시 자리에서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정 최고위원의 사과도 요구했다. 주 최고위원과 정 최고위원을 직접 만나 화해를 주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문 대표는 최고위를 마친 뒤 어버이날 배식봉사에 나서 취재진과 만나 “두 분이 각각 화합과 단합을 말씀하신 건데 그 방향이 좀 달랐던 것 같다”며 “이 행사가 있어서 돌아가면 곧바로 두분을 뵐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표와 이들의 회동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정 최고위원과 전화통화를 했고, 김현미 비서실장이 문 대표 대신 주 최고위원을 만나 사퇴 철회를 설득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표가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한 최고위원은“새누리당에서도 김태호 최고위원이 사퇴하자 김무성 대표가 끝까지 설득해 다시 지도부로 복귀시킨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고, 다른 최고위원도 “대표가 직접 나서서 빠르게 수습하는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주 최고위원 측은 정 최고위원의 사과 보다는 문 대표가 직접 혁신 의지를 천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주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패권정치 청산의지 밝히면 사퇴의사 접겠다는 사람에게 물러나라는 게 말이 되나”라며 “이게 바로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패권정치”라고 말했다.
주 최고위원도 이날 “(문재인) 대표님께서 (제가 제안했던 원탁회의 구성에 대해) 아무 말씀도 없고 입이 간질간질해서 한 말씀 하겠다”며 농담으로 최고위 모두발언을 시작했었다.
이에 문 대표 측은 주 최고위원이 제안했던 원탁회의 구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왔다는 입장이다.
문 대표도 “주 최고위원의 말씀에 따른 노력이 있어 왔고 그 사실을 두 최고위원도 알고 있다”며“오늘은 마무리 차원에서 주 최고위원이 발언을 한 것인데 정 최고위원이 문제제기가 지속된다고 생각해 과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유승희 최고위원은 이날 주승용 최고위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다음 “어제 경로당에서 인절미에 김칫국을 먹으며 노래 한 소절 불러드리고 왔다”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로 시작되는 ‘봄날은 간다’를 불러 빈축을 샀다.
유 최고위원은 비난 여론이 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합하고 화합하는 것”이라며 “최고위에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노래 한 소절을 부르며 박근혜 정부의 공적연금에 대한 알뜰한 맹세가 실없는 기약으로 얄궂은 노래가 돼 봄날이 흘러간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다”고 해명했다.